[대전=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수 본인의 요청이었어요."
SSG 랜더스 미치 화이트는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화 타선을 잘 상대했다. 3회말 2사 후 문현빈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것 외에는 6회까지 추가 실점이 없었다. 적은 투구수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면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팀 타선이 화이트를 돕지 못했다. 이날 SSG는 9회까지도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화이트 역시 편하게 내려올 수 없는 상황. 7회말 투구를 이어가다가 자신의 실책으로 추가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타자 이도윤의 안타 이후 이재원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빠지는 악송구. 때문에 1사 2루가 될 상황이, 무사 2,3루가 됐고 심우준의 희생플라이로 결국 추가점을 허용했다.
7회말을 마친 화이트의 투구수는 96구. SSG 벤치가 8회를 앞두고 투수를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대로 화이트가 또 등판했다. 2점 차 박빙 승부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보통 100개 이내로 선발 투수의 투구수를 관리하는 최근 트렌드를 봤을 때 다소 의외였다.
화이트는 8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고, 문현빈의 번트때 또 내야안타가 되면서 무사 1,2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도 벤치는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폭투에 볼넷까지 허용하며 무사 만루.
결국 채은성에게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까지 내주면서 결국 흐름을 완전히 빼앗겼다. 그제서야 화이트가 마운드를 내려갔고, SSG가 불펜을 가동했다. 하지만 8회말 추가 실점이 결정타가 되면서 SSG는 0대5 완패를 당했다.
이튿날인 24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SSG 이숭용 감독은 8회말 등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본인의 요청이었다. 7회말 끝나고 바꾸려고 했는데, 화이트가 110구까지 던지겠다고 요청을 하더라.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웠다. 오늘 (송)영진이기도 하고, 본인이 책임지고 더 던지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잘 막았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고 설명했다. 화이트는 7회말 실점도 만회하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스스로 막아보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계속 실수가 나오는 번트 수비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화이트가 번트 타구 처리에 있어 미흡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인지를 하고 있고, 연습도 하고 있는데 막상 경기때 그런 모습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대전=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