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24일 포항스틸야드. 이날 포항 스틸러스에 1대3으로 패한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은 시즌 26경기 연속 무패(20승6무)를 마감한 선수단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전북이 5개월여 만에 경험한 패배다. 지난 3월 16일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2대2로 비긴 뒤 K리그1 22경기(17승5무), 코리아컵 4경기(3승1무) 모두 무패로 마감했다. 압도적인 경기력 뿐만 아니라 2골차 열세를 뒤집는 집중력, 컨디션 저하 또는 로테이션에도 패하지 않는 운까지 따라주는 말 그대로 '되는 집안'이었다. 포항 박태하 감독이 "뭘 해도 되는 팀이 있는데, 지금 전북이 딱 그런 케이스"라고 할 정도. 하지만 앞선 강원FC와의 코리아컵 4강 1차전에서 1대1로 비긴 데 이어, 포항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얻어 맞으면서 패했다. 전북에겐 무패 마감이라는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덤덤했다. 그는 경기 후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포옛 감독은 "긴 시간 무패를 이어가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무패 기록이 깨졌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본다. 긴 시간 무패를 이어가는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은 것"이라고 그간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전북 주장 박진섭은 "감독님이 라커룸에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 또한 모든 구성원이 노력했고, 고생했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패했지만, 시즌으로 보면 어차피 한 경기"라며 "감독님과 코치진, 선수들, 그리고 팬까지 하나가 돼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끼리 무패를 의식하거나,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경기력 부진이 외부에선 부담감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무더위 속에 집중력,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팀이 최소 실점을 하며 무패를 이어왔다. 그만큼 우리가 그동안 잘 했다는 증거"라며 "오늘 비록 패해 무패가 끝났지만, 결국 시즌 마지막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전 패배로 전북(승점 60)은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하지만 2위 김천 상무(승점 46)와의 격차는 여전히 두 자릿수. K리그1 조기 우승 가능성 역시 살아 있다. 코리아컵에서도 결승행에 도전하는 등 2020년 이후 5년 만의 더블(리그-FA컵 동시 제패)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 포옛 감독은 "(포항전에서 패했지만) 이제 코리아컵 결승행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우리는 (승리와) 결승행만 바라보고 있다. 그에 맞춰 준비할 것"고 강조했다. 박진섭도 "패배 후 빨리 추스려 연패를 피하는 게 강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올 코리아컵(4강 2차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