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를 통해 화려한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른 배우 방효린이 10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설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오디션장에서 대사를 읽어 내려가던 순간부터 198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 신예 배우 '주애'가 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인터뷰 내내 방효린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때가 되면 기회가 오겠지 싶었고 긴 시간이었지만 설레며 기다려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방효린은 '애마'에서 나이트클럽 탭댄서 출신으로 당대 톱스타 희란(이하늬)을 동경하다가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 '애마'에 발탁되는 신인 배우 '주애'를 연기한다. 과감한 설정과 당찬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던 그는 대본을 처음 읽자마자 "대사들이 너무 좋아서 꼭 해보고 싶었다"며 "신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나 자신과도 겹쳐져 큰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캐스팅 과정도 드라마 같았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이해영 감독과 조감독 앞에서 대사를 읽어내려가던 중 스탭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던 것. 방효린은 "모든 회차 대사를 다 같이 읽어봤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감독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빛에 반사된 줄 알았는데 진짜 눈물을 흘리셨더라"고 말했다.
주애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방효린은 캐스팅 직후부터 탭댄스와 승마를 연습했고 하루 세 시간의 댄스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왜소해 보인다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체중을 증량하기도 했다고. "팔뚝이 조금 더 굵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헬스장에 다니고 먹는 것도 열심히 먹었다. 사진으로 감독님이 체크해주셨다. 밥차 밥을 많이 먹고, 트레이너가 짜준 식단을 따라가며 몸을 바꿨다"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다룬 만큼 흡연, 욕설, 노출 등 자극적인 장면도 피할 수 없었다.
방효린은 "노출이나 자극적인 신들이 많긴 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그 상황에만 충실했다"면서 "CG 후처리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현장에서는 콘티를 통해 어느 선까지 갈지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하며 진행했다"며 담담히 말했다.
자연스러운 흡연 장면을 위해 방효린은 금연초를 피워보기도 하고 낯선 욕설 연기도 혼자 반복하며 익혔다. "어떻게 담배를 연습해야 할지 몰라 흡연부스에 가서 무작정 금연초를 피워보기도 했다. 흡연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계속 시도했다. 촬영 땐 오로지 상황에만 충실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애마부인'도 다시 봤다고 전했다. 방효린은 "예전에 봤었는데 이번에 한번 다시 영화를 봤다. 당시 기억으로는 더 자극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니더라. 재미있게 봤다"며 웃었다. 이어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애마에 출연한다고 하니 '그 애마부인이 맞냐', '혹시 자동차 이야기냐'라며 상상들을 하셨다. 거부감보다는 궁금증을 보이셨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방효린은 10년에 가까운 무명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2015년 단편·독립영화 등등에 출연했지만 상업작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방효린은 "아이들 연기 선생을 하거나 카페·옷가게·백화점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버텼다. 때가 되면 되겠지 생각했고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고 전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방효린은 연기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만난다고도 했다. "평소엔 조용한데 연기를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주애 같은 당찬 캐릭터는 저와 달라서 대리만족이 컸다. 희란에게 맞서는 장면은 실제 저라면 못했을 것 같다. 주애는 해내더라. 그게 대단했다"
끝으로 방효린은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역할로 만날 수 있을지 주애의 대사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기다림 속 설렘이 아직 크다"며 신인다운 마음가짐을 전했다.
한편 '애마'는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