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말 죽기살기로 했어요,"
이 한마디에 지난 1년이 보이는 듯 했다. '봉길매직' 김봉길 감독이 중국에서 '작은 기적'을 썼다. 김 감독이 이끄는 우시 우고는 최근 중국 갑급리그(2부리그) 승격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갑급리그 15위에 그치며 을급리그(3부리그)로 강등된 우시는 지난 주말 펼쳐진 29라운드에서 청두 루청B팀을 2대1로 잡으며 승점 61로 3위 선전(승점 55)에 승점 6 앞서며 남은 1경기에 상관없이 2위를 확정지었다. 1, 2위 두 팀에게 주어지는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초 우시는 승격 후보는 아니었다. 잘해야 4~5위권이라 했다. 올해 2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지휘 속 아무도 예상 못한 드라마를 썼다. 특히 우시는 올 시즌 치른 15번의 홈경기(11승4무)에서 단 1번도 지지 않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 감독은 승격을 확정지은 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구단주가 승격을 확정지은 후 나를 안아주면서 울더라. 선수들이 헹가레를 쳐주는데 그간의 고생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옌벤 룽딩과의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후 휴식을 취했다. 진로를 두고 다양한 고민을 하던 김 감독에게 우시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김 감독은 "구단주가 내가 옌벤에 있을때 지도하는 모습을 눈여겨 봤다고 하더라. 강등된 후 김 감독을 데려올 수 없느냐고 옌벤 코치에게 연락이 왔고, 그게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사실 왜 중국 3부까지 가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찾아주는데가 있다면 가서 증명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20년 산시 창안 지휘봉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어느덧 중국 생활 6년차. 김 감독은 그간의 노하우를 총집약했다. 규율부터 잡았다. 김 감독은 "인사부터 가르쳤다.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고쳤다"고 했다. 다음은 체력이었다. 김 감독은 "을급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없다. 우리가 드라마틱하게 전력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답을 전방압박으로 잡았다"며 "그런데 와보니까 동계 훈련 기간 동안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 시즌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90분은 커녕 45분도 힘들어 하더라. 체력 훈련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온화한 김 감독이지만, 살기 위해서는 독해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근성을 올리기 위해 강하게 다그치기도 했다. 선수들이 내 욕 많이 했을거다.(웃음) 그래도 내가 살아야 하니까, 그 어느때보다 무섭게 했다"고 했다. 물론 강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우리가 훈련을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여러차례 설명했다. 선수들도 성적이 나기 시작하니까, 내 뜻을 이해하더라. 나도 젊은 감독들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를 공부하고, 적극 활용했다"고 했다. 체력이 올라간 우시는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패싱게임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김 감독은 "초창기 경기당 패스가 20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450개가 넘는다. 을급리그 중 최고"라고 웃었다.
우시가 선전을 이어가자, 언론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김 감독의 동의어와 같은 '봉길매직'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여기 사람들도 한국 사정을 잘 안다. 내가 교체한 선수들이 골을 넣고 그런게 반복되니까, 언론에서도 '봉길매직'이라는 말을 쓰더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갑급리그 상위권 팀들이 주목하는 감독으로 거듭났다. 실제 여름이적시장에서는 제안도 있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김 감독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김 감독은 "구단주가 최대한 투자할테니 슈퍼리그(1부리그)에 가보자고 하더라. 우시가 1부에서 뛴 적이 없다. 여기 사람들이 성적도 성적이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팀을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게 가장 기쁘다"며 "산시에서도, 옌벤에서도 첫 시즌은 잘치렀다. 이런 저런 불운이 겹쳤는데,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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