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못해서 진 게 아니다. 잘했는데, 1점 싸움인 것 같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혈투 끝에 승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선수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의 표본과 같은 경기였다.
GS칼텍스는 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1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3(22-25, 25-22, 23-25, 25-18, 14-16)으로 석패했다. GS칼텍스는 시즌 성적 2승2패, 승점 7점을 기록해 도로공사(승점 8점)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사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고민이 깊었다. 주전 세터 안혜진이 감기 몸살에 걸려 선발 출전이 불투명했다. 이 감독은 워밍업을 보고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안혜진을 쉬게 하고 세터 김지원을 투입했다.
공격력은 오히려 GS칼텍스가 이상적이었다. 외국인 주포 실바와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쌍포가 제대로 터진 것.
실바는 서브 3개, 블로킹 3개, 후위 공격 13개를 포함해 37득점을 기록,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레이나는 순수하게 공격으로 24점을 보탰다. 실바와 레이나가 합작한 점수가 61점이었다.
도로공사 외국인 주포 모마는 개인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인 45득점을 기록했다.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타나차는 18득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득점을 합치면 63득점이었다. GS칼텍스와 도로공사 외국인 쌍포가 정말 팽팽하게 맞섰고, 한두 점 차이로 갈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선수들의 성적은 오히려 GS칼텍스가 나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이 13득점, 미들블로커 듀오 오세연과 최유림이 각각 11득점, 8득점을 기록했다. 도로공사 국내 선수 최다 득점은 강소휘가 기록한 10점이었다.
5세트 결정적 순간 실바의 공격이 막힌 게 애석했다. 14-14 듀스까지 잘 버텼는데, 실바가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에게 2연속 블로킹당하는 바람에 14-16으로 세트를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두 팀 다 잘한 것 같다. 못해서 진 게 아니고, 잘했는데 1점 싸움인 것 같다. 3세트가 조금 아쉽다. 그것 말고는 선수들은 다 잘해 준 것 같다. 2경기째 연속 5세트 경기를 하는데, 끝까지 잘 뛰어준 것 같다"고 오히려 선수들을 감쌌다.
안혜진은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출전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 감독은 "본인은 워밍업 때 괜찮다고 했는데, 그래도 정상적이지 않으니 쉬어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김)지원이가 잘 이끌어 줬다"고 김지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실바는 2023~2024시즌부터 GS칼텍스에서 뛰면서 2시즌 연속 득점 1위에 오른 괴물이다. 올 시즌도 142득점을 기록,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레이나까지 같이 터지면 GS칼텍스는 더 막강한 화력을 뽐낼 수 있다.
이 감독은 "(레이나는) 이런 활약을 기대하고 선발한 것이다. 충분히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리시브가 간혹 흔들릴 때가 있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 몸 상태만 잘 관리하면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장충=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