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송지효(44)가 영화 '구원자'를 통해 본업인 연기자로서 다시 한번 강렬한 존재감을 예고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구원자'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과 선희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로, '용순'의 신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송지효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 신앙으로 고통을 견디는 선희 역을 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영화에서 쓴 돋보기 렌즈가 두꺼웠다. 감독님이 레퍼런스로 눈이 안보이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셨다. 근데 막상 돋보기를 써보니 눈이 진짜 안 보이더라. 오히려 희미하게 보여서 촬영에 도움이 됐다. 촬영장에선 안경과 돋보기를 돌아가면서 썼는데, 계속 쓰고 있으니까 '아 '구원자' 촬영 끝나고 잃은 게 시력인가?' 싶더라. 원래 시력은 1.5 이상이다. 지금은 그것보단 조금 더 안 좋아졌다. 그게 나이 때문에 노안이 온 건지, 영화 촬영 때문에 온 건진 잘 모르겠다"고 준비 과정을 이야기했다.
기존의 예쁜 이미지를 벗고 현실적인 얼굴을 선보이게 된 소감도 전했다. 송지효는 "어떤 영화이든 간에 저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연기를 충실히 하는 편이다. 화면에 안 예쁘게 나와야 하는 캐릭터이면 안 꾸미고, 꾸며야 하는 캐릭터이면 꾸미는 게 제 역할이다. 평상시에는 꾸미는 걸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만남의 집'을 촬영할 때도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나오길 바라서 감독님한테 화장을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구원자'의 선희도 아픈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편안함을 더욱 추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어렸을 때부터 편안한 게 더 좋았다. 선크림만 바르고 백팩을 메는 걸 좋아한다"며 "예쁜 모습도 좋지만, 내면의 심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송지효는 2010년부터 15년 동안 SBS '런닝맨' 고정 멤버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벌써 프로그램에 합류한 지 15년이 지났다. 제가 서른 살에 시작했는데, 지금 45살이다. 이제는 멤버들과도 가족 같은 사이다. 언젠가는 '런닝맨'도 제 인생에서 추억이 되겠지만, 그때까진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는데 앞으로도 못할 게 뭐가 있나. 연골이 닳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굳어진 예능 캐릭터로 인한 연기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송지효는 "'런닝맨'을 하기 전엔 무거운 장르의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 저도 나름 밝은 캐릭터를 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 흐름상 배우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 좋아야만 밝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 또한 바꾸려고 했는데, 그게 노력처럼 잘 안 됐다. 그런 시간을 버티다 보니 '런닝맨'을 하게 됐다. '런닝맨'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 저절로 밝은 캐릭터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어두운 모습도 저고, 밝은 모습도 저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며 "또 저의 밝은 모습만 봐주시는 분들에게 어두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저만의 욕심이 있었는데, 이젠 섞어가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자신의 리즈시절을 돌아보며 "많은 분들이 '궁'을 말씀해 주시는데, 그땐 젊음이 무기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런닝맨' 합류 초창기 때가 가장 리즈인 것 같다. 원래 '런닝맨' 촬영장에 갈 땐 샵에 꼭 들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됐다. 당시에 물게임이 많았어서, 샵에 들려서 굳이 예쁘게 꾸며야 하나 싶더라.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이 됐다. 체력을 위해 샵에 들리는 걸 포기했는데 욕을 된통 먹었다.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너무 저만을 위한 방송을 했나 싶었다"며 "'런닝맨'을 통해 저의 리즈시절도 보여드렸지만, 프리한 모습도 함께 보여드렸다"고 털어놨다.
송지효는 지난해 속옷 브랜드 '니나송'을 론칭해 CEO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재 (속옷 제작에) 80% 정도 참여하고 있다. 제 성격상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디테일을 잡아야지만 만족감을 느낀다. 또 사업은 본업과 결이 달라서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다.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피로감이 들더라. 아직까진 피로감보단 성취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회사에서 제가 결재하지 않으면 다음 프로젝트가 안 만들어진다. 제가 회사에 가면 직원들이 결재할 걸 10개 이상씩 들고 오더라. 이번에 시사회 때도 직원들을 초대했는데, 결재할 걸 가져와서 깜짝 놀랐다(웃음). 연기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열심히 활동 중이다"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매출에 대해선 "사업 초창기보단 많이 좋아졌다. 저희 팀 직원들이 정확한 수치를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예전보다 부담을 많이 덜었다"며 "제 돈을 들여서 한 땀 한 땀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다. 본업 외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 행복감을 얻고 있다. 똑같은 패턴에서 벗어난 이후로부터 힐링을 느끼고 있다. 좋은 제품을 제대로 만들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각오를 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