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당연히 살아남을 수 있다. 1%의 희망이 있더라도 믿고 도전해야 한다."
2일 K리그1 35라운드 수원FC 원정에서 헤더 한방으로 대구FC를 구한 에드가가 강등 탈출의 굳건한 의지를 전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 수원전을 앞두고 대구는 위기였다. 광주-제주전이 이날 오후 2시 먼저 시작했다. 11위 제주가 광주를 상대로 승리할 경우 3경기를 남기고 승점 10점 차로 벌어지는 상황. 대구의 다이렉트 강등이 결정될지 모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경기가 한창 진행중인 시간, 경기전 인터뷰에 나선 김병수 대구 감독은 "광주-제주전을 안봤다. 결과만 보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후반 광주가 2골을 몰아치며 제주를 2대0으로 꺾으면서 대구에 또다시 실날 희망이 생겼다.
김 감독은 "세징야도 에드가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뛸 수 없는 상황인데 데려왔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대구의 왕' 세징야의 몸은 무거웠다. 수원 수비진의 집중견제에 수차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날카로운 기회도 잡지 못했다. '득점선두' 싸박에게 선제골을 헌납한 후 후반 20분 김병수 감독은 에드가 카드를 빼들었다. 후반 42분 수원 이지솔을 뒤에서 잡아챈 카이오가 퇴장 당하고, 후반 추가시간 시작 직후 수원 루안의 쐐기골이 작렬할 때만 해도 대구는 패색이 짙었다. VAR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수원의 두 번째 골이 지워지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고, 10대 11의 수적 열세에도 대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대구의 마지막 코너킥 찬스, 세징야의 빨랫줄 크로스에 박스 한가운데 에드가가 솟구쳐 올랐다. 원샷원킬, 혼신의 헤더가 수원 골키퍼 안준수의 손끝을 스쳐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김은중 수원 감독의 말대로 '알고도 못막는' 회심의 한방, '세드가(세징야+에드가)'의 마법이 또 한번 통했다. 절망했던 대구 팬들이 "위아 대구!"를 외치며 환호했다. 수원과 대구가 결국 1대1로 비겼다. 수원이 승점 39점, 9위 울산HD(승점 41)와 2점차 10위를 유지했다. 최하위 대구는 승점 29점, 3경기를 남기고 11위 제주(승점 35)와 '6점 차'. '다이렉트 강등' 탈출의 불씨를 되살렸다.
경기 후 김병수 감독은 "세징야가 오늘 경기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본인이 끝까지 팀을 위해 뛰겠다고 해서 믿음을 가졌다. 교체로 들어간 에드가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에드가는 일주일 이상 쉬다 어제 잠깐 팀 훈련을 하고 왔다. 경험이 있는 선수이고 상대가 높이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라 교체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해줬다"고 했다. "세징야는 허리에 주사 치료도 했고 쉬면서 상황을 봐야 한다. 끝까지 믿음을 갖고 기용했고 공격포인트를 올려줬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 1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승점 1점을 따는 건 쉽지 않다"며 선수들의 투혼을 칭찬했다.
에드가는 "세징야와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다.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팀을 위해 헌신하자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세징야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었지만 오늘은 골 세리머니 할 시간도 없었다. 이런 골이 경기 막바지보다 시작할 때 나오면 더 좋은 경기, 리드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상황, 김 감독이 '뛸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한 상황에서 단 하루 훈련 후 교체로 나와 기어이 동점골을 밀어넣은 투혼에 대해 그는 대구라는 팀을 향한 애정과 헌신을 이야기했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지만 경기 흐름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대구라는 팀과 대구 서포터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당연히 이겨내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의무팀이 미팅을 많이 했다. 훈련이 잘된 선수들도 많지만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팀을 위해 희생하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 전에도 감독님과 상의 후 나가게 됐다. 남은 3경기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하위' 대구가 이 지옥같은 강등 전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잔혹한 질문에 에드가가 결연한 눈빛으로 답했다. "당연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1%의 희망만 있더라도 믿고 도전해야 한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남은 3경기에서 우리는 무조건 살아남을 것이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