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기후환경 프로젝트 '남극의 셰프' (제작: STUDIO X+U, MBC)가 11월 17일 월요일 첫 공개를 확정했다. 1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이끈 제작진은 기획 의도부터 촬영 에피소드까지 담긴 일문일답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부터 1년 넘도록 이 프로젝트를 이어온 황순규 PD는 "남극은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인간이 기후위기와 맞서는 극한의 현장이다. 그곳에서의 한 끼 식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극한의 환경 속에서 기후위기와 싸우는 인간의 모습이 담긴다고 예고했다.
남극 기지의 식자재는 12월에 대원들이 교대되면서 1년에 한 번만 보급되는 환경이다. 황순규 PD는 "한국에서 어떠한 식재료도 가져가지 않아, 저희가 방문한 11월의 부식 창고는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얼어붙은 냉동 재료, 제한된 식재료 속에서 세계 각국 대원에게 '응원의 한 끼'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 서로 다른 기지의 식문화를 엿보는 순간들을 만날 것"이라며 식사 시간을 통해 남극 기지의 현실 그대로를 그려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극의 셰프'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캐스팅 과정부터 관전포인트까지 담긴 황순규 PD와의 일문일답이다.
Q1. <남극의 셰프>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남극의 셰프>는 다큐멘터리 열풍을 몰고 왔던 MBC 시사교양국 '지구의 눈물' 시리즈 마지막 편 <남극의 눈물> 이후, '그녀가 죽였다'를 공동 제작한 STUDIO X+U와 다시 의기투합하여 13년 만에 다시 남극을 찾으며 시작된 '기후환경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 극지연구소와 꾸준히 교류하며 '지금 남극을 다시 이야기한다면, 시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를 함께 고민해왔습니다.
지구는 해마다 더 뜨거워지고, 최근의 여름은 우리 모두에게 그 변화를 실감하게 했는데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과 이 위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남극의 셰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Q2. 남극이라는 극지 환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극은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인간이 기후위기와 맞서는 극한의 현장입니다. 모든 조건이 극단적이에요.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고, 통신이 끊기고, 온도가 모든 생명을 시험하죠. 그 안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며, 또 동시에 얼마나 강인한지를 매 순간 확인하게 됩니다.
그곳에서의 한 끼 식사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습니다. 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외로움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남극의 셰프>는 이런 극한의 환경 속에서 기후위기와 싸우고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Q3. <남극의 셰프>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요?
남극 기지에는 다양한 대원들이 있지만, 저희가 주목한 이들은 1년 내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세 끼를 책임지는 '남극의 셰프'들입니다.
이들은 대원들의 건강과 사기, 그리고 사람 사이의 유대를 지켜주는 핵심적인 존재입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주방을 지키는 이들의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세종기지를 비롯한 주변 이웃 기지의 셰프들을 만나 그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우리 출연자들이 잠시 그 자리를 대신해 셰프들에게 '휴가 같은 하루'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Q4. 방송에서 주로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이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남극의 셰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요리'보다 '남극의 독특한 세계관'입니다. 남극에는 30여 개국의 연구기지가 자리하고 있고, 서로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기후위기와 생존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하고 교류합니다. 주인 없는 대륙,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래서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었던 땅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남극은 경쟁이 아닌 '공존의 질서'가 작동하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되었죠.
저희는 이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음식이 단지 한 끼의 식사나 미식의 대상이 아니라,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중국, 우루과이 이웃기지를 방문해서 그들만의 식재료로 정성껏 한 끼를 대접했을 때, 그들의 미소와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차가운 남극 설원 속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감히 <남극의 셰프> 출연자들이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Q5.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개인 이슈가 방송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까?
<남극의 셰프>는 작년 11월 촬영을 시작해 이미 완성된 작품으로, 방송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외부 상황에 의해 한 차례 방송이 연기된 데 이어 출연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사에서도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작진 또한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프로그램의 메시지와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남극의 셰프>는 특정 출연자 한 사람을 위한 요리쇼가 아닙니다.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이기에, 그 본질적 가치를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남극 기지 촬영을 위해 협력한 여러 국가 과학기지 관계자들, 그리고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제작에 참여한 수많은 스태프와 협력 파트너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1년 전인 11월 16일은 <남극의 셰프>팀이 남극으로 출발했던 날이며, 오는 12월 1일은 남극 조약이 체결된 상징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의미 있는 시점에 기후환경 프로젝트의 본래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Q6. 남극 대원들의 생활과 음식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장치나 포인트가 있나요?
출연자 섭외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매니저 없이 혼자 극지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빼서 참여할 수 있는 연예인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해상안전훈련 및 육상훈련을 이수해야 했고, 마지막 신체검사까지 통과해야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남극이었습니다.
출연자들에게 '방송인'이 아니라 실제 남극 대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대원들이 받는 훈련, 규칙, 절차를 그대로 따랐고, 방송 촬영이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세종기지에서도 한 명의 대원으로 생활하였습니다. 다행히 모두 진정성 있게 임해주었고, 그 과정에서의 리얼리티가 재미있게 담겼습니다.
또 하나의 원칙은, 남극 기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어떠한 식재료도 가져가지 않았고, 각 기지 창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만으로 요리해야 했습니다. 매년 12월, 대원들이 교대되면서 식자재도 1년에 한 번만 보급되는데 <남극의 셰프>가 방문한 11월의 부식 창고는 거의 텅 비다시피 한 상태였습니다.
얼어붙은 냉동 재료, 제한된 식재료 속에서 세계 각국 대원들에게 '응원의 한 끼'를 완성해 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 다른 기지의 식문화를 엿보는 순간들은 <남극의 셰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장면들입니다.
Q7.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인상 깊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11월~12월은 남극의 여름이지만 체감온도 영하 15도, 특히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해안가에 있는 세종기지에서 이웃 기지로 가기 위해서는 고무보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유빙과 거센 파도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어느 날, 이웃기지를 방문하여 성공적인 한 끼를 대접하고, 세종기지로 복귀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블리자드(눈 폭풍)로 인해 꼼짝없이 발이 묶이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출연자와 제작진을 포함하여 30여 명의 뜻하지 않은 외박이 가능한 곳은 어느 기지였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는지 방송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추위와 급변하는 날씨 속에도 대원들의 연구 활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는 펭귄 연구대원을 도와 약 8천 마리의 펭귄이 서식하는 '펭귄마을'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귀여운 펭귄의 모습에 모두가 즐거워했지만, 곧 예상치 못한 공격성과 서열 다툼을 보며 펭귄이 가진 본성과 생태계의 냉정한 질서를 체감했습니다. 그곳은 단순한 동물 서식지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일깨워주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남극은 늘 예측할 수 없는 곳이었고, 여러 동물이 급변하는 기후에 가장 먼저 변화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생생함이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Q8. 이번 프로그램이 기후환경 프로젝트의 성격을 가진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왜 남극 대원들은 따뜻한 집을 떠나와, 극한의 땅에서 추위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남극의 셰프>는 그 이유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오는 외로움,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보는 공포감을 이겨내는 대원들을 통해, 남극 연구와 환경 보호라는 목표 아래 어떻게 협력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 끼의 위로이자, 기후라는 거대한 주제를 인간의 눈높이에서 다시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바로 이것이 <남극의 셰프>를 제작하는 이유입니다.
Q9.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남극에서는 수많은 대원들이 기후위기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남극 추위를 견디며, 동시에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남극의 셰프>는 '해외에서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요리를 먹는 사람들', 극한의 땅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마지막 대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좀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남극의 셰프>는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생각하며,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남극의 눈물'에 이어 13년 만에 돌아온 기후환경 프로젝트 '남극의 셰프'는 U+모바일tv, U+tv에서 11월 17일 월요일 0시 첫 공개되며, MBC에서는 11월 17일 월요일 밤 10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 = '남극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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