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강우진 기자]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오랜만에 리버풀에 복귀해 온갖 비난을 받았다. 리버풀과의 맞대결에 출전도 했지만, 패배하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각) "코너 브래들리는 리버풀의 열광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라면서도 "반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을 가혹하고 적대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라고 보도했다.
브래들리는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발표했을 때부터 후계자로 지목됐다. 이들은 같은날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 두 풀백의 운명적인 맞대결이 시작됐다.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브래들리는 좋은 경기력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했다. 교체 명단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 홈팬들의 야유와 비난에 시달렸다.
알렉산더-아놀드를 향한 홈팬들의 분노는 경기 전부터 이어졌다. 안필드 인근에 그려진 그의 벽화는 '잘가라, 쥐새끼'라는 낙서로 훼손됐다. 그는 경기 전 워밍업 때부터 리버풀팬들의 야유 세례를 받았다. 교체 명단의 이름이 호명될 때에도 야유가 쏟아졌다.
팬들은 여전히 그를 배신자로 여기고 있고, 그 분노는 경기 내내 표출됐다. 관중들은 브래들리가 공을 차단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브래들리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알렉산더-아놀드를 겨냥한 것임이 분명했다.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브래들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라며 "비니시우스 같은 선수를 수차례 1대1로 막아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완벽했다"라고 치켜세웠다.
레알 마드리드가 0-1로 뒤지던 후반 36분 알렉산더-아놀드가 교체투입됐다. 이후 그가 시도한 한 번의 크로스가 허공으로 흘러가자 홈팬들은 조롱 섞인 웃음과 야유를 보냈다.
최근 좋지 못했던 리버풀은 이날 레알 마드리드를 잡으면서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아스톤 빌라전 승리에 이어 최고의 경기력으로 레알을 제압했다. 결승골은 후반 16분 터진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의 헤더 마무리였다.
슬롯 감독은 "이기는 게 감독으로서 훨씬 낫다. 패배하면 그 원인을 바꾸고 싶어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된다"라며 "우리의 세트피스 수비 밸런스가 개선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경기였다. 무엇보다 알렉산더-아놀드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졌다면 팬들의 거센 비난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상태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의 주드 벨링엄은 경기 후 알렉산더-아놀드를 두둔했다.
벨링엄은 "축구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팬들의 야유가 꼭 그에 대한 증오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단지 자신들의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상대를 흔드는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팬들도 분명 그가 클럽을 위해 해온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