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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다 토하더라" 왜 손 다 터지도록 칠까, 6000구 작정하고 갖고 온 이유 있다[오키나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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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아까 타격하다 토하더라고요. 쥐 난 선수도 있고."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7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손 야구장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캠프 3일차인데 오키나와에 온 야수 20명 가운데 손이 성한 선수가 아무도 없다. 굳은살 박인 손이 다 터져 테이프를 칭칭 감고 타격 훈련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런데 선수 누구도 힘든 티를 내지 않는다. 최고참 이우성부터 신인 신재인, 이희성, 고준휘까지 정말 열심이다. 독한 마음을 품고 훈련 계획을 짰던 이 감독은 선수들이 안쓰러워 시간을 줄일까 고민하다가도 묵묵히 이겨내는 선수들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

NC는 오키나와에 공 6000개를 갖고 왔다. 원래는 5000구를 갖고 오려 했는데, 부족할 것 같아 1000구를 더 챙겼다. 오전에 수비 집중 훈련을 마치면 점심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계속 타격 훈련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물론 신인들은 훈련량을 다른 선수들의 절반으로 조절해서 관리를 해주고 있다.

야외 배팅 훈련을 할 때는 한 조에 7명씩 동시에 칠 수 있도록 세팅을 해뒀다. 7명이 로테이션을 돌면서 타격을 하는데, 치는 곳마다 세팅이 다 다르다.

이 감독은 "치는 곳마다 테마가 있다. 요즘 하이존에 스트라이크가 많이 걸리니까 한 곳은 하이볼, 한 곳은 몸쪽 깊은 코스, 한 곳은 바깥쪽 코스, 한 곳은 변화구, 한 곳은 공에 회전이 잘 먹이게 해서 치게 하고 그런 식으로 정해뒀다. 사람이 던지는 공을 계속 치는 것은 너무 지겨우니까"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돕기 위해 직원들을 총동원했다. 배팅볼을 던질 수 있는 직원은 모두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은 "선수보다 직원이 많이 온 이유가 있다. 직원이 이렇게 많이 안 오면 동시에 일곱 군데에서 칠 수가 없다. 많이 온다고 왔는데도 부족하다. 직원들도 훈련이 다 끝나면 뻗어서 잘 정도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난다고 들었다. 차 안에서 전부 기절해서 핸드폰 하는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무리해서라도 많은 공을 치게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부터는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마무리캠프에는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많은 공을 쳐둬야 겨울에 개인 훈련을 하면서도 이 감각을 잊지 않고 유지할 수가 있다.

이 감독은 "나는 야구가 뇌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라고 해서 치는 게 아니라 몸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0.4초만에 날아오는 동글동글한 공을 맞힌다는 것 자체가. 몸이 반응해서 움직여서 맞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반복 운동을 해서 그 동작이 엄청 빨라진다. 뇌가 신호를 보내기 전부터 움직여서 치는 그런 느낌이 나기 위해서는 이런 반복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 반복해서 많은 양을 치면 자기 눈에 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많은 양의 훈련에 선수들이 지친 기색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그래도 정해진 양을 해내려고 전부 악착같이 치는 선수들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다.

20일을 잘 견딘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확실하다. 이 감독은 오키나와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반드시 1군 스프링캠프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이 감독은 "기간이 20일이니까. 20일 안에 성과를 내고 뭔가 만들어 가야 하니까. 40일 운동해야 하는 양을 압축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니까. 원래 야구 하면 방망이 치는 게 가장 쉽고 즐거운 운동일 텐데, 아마 지금은 방망이 치는 게 공포스러울 것이다. 눈만 뜨면 치고 던지고 받고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 코치님들이 지겹지 않게 스케줄을 조금씩 변경해서 그런 점들이 참 고맙더라. 운동하는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이어 "나는 여기서 끝까지 잘 버티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따라주면 무조건 스프링캠프를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스프링캠프를 가야 내년에 1군에서 좀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1군에서 아직까지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김)휘집이 (이)우성이 (서)호철이 3명만 잘해줘도 대성공이고, 어린 선수들도 1군에서 좀 편하게 쓸 수 있는 선수가 되면 좋다. 신성호, 홍종표, 오장한, 고준희 등 좋은 친구들이 많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키나와(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