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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현실로"'평창銅' 기적 쓴 韓파라아이스하키의 쇠락,밀라노 못간다...日,슬로바키아에 밀려 5연속 출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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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평창 동메달 미라클'을 쓴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의 밀라노 꿈이 무산됐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각) 노르웨이 예스하임에서 펼쳐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패럴림픽 최종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난적 슬로바키아에 1대2로 분패했다. 5회 연속 패럴림픽행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사는' 한판 승부였다. 그러나 1피리어드 휘슬 1분여 만에 슬로바키아에 선제골을 내준 후 내리 2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2피리어드, 정승환, 최시우의 패스를 이어받은 '검투사' 출신 베테랑 장동신이 만회골을 넣으며 환호했다. 이후 태극전사들은 3피리어드 마지막까지 역전을 위한 혼신의 역주를 이어갔지만 슬로바키아의 수비벽과 골리의 선방에 번번이 막히며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슬로바키아가 뜨겁게 환호했고, 태극전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8개국이 출전권을 얻는 패럴림픽 무대, 미국, 캐나다, 체코, 중국, 독일과 개최국 이탈리아 등 6개국 쿼터과 확정된 상황, 이번 대회 한국,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일본, 스웨덴, 카자흐스탄이 남은 단 2장의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한국은 첫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대1로 승리하고, 스웨덴에 4대2로, 카자흐스탄에 7대0으로 완승, '3승'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7일 노르웨이에게 0대2로 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최종전 슬로바키아에 패하며 3승2패를 기록했다. 한국에게 유일하게 패했을 뿐 노르웨이에게 8대2, 슬로바키아에 3대2로 승리한 '4승1패'의 일본과, 일본에게 유일하게 패한 '4승1패'의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밀라노행 막차 티켓을 잡았다.

설마가 현실이 됐다. 파라아이스하키는 자타공인 동계 스포츠의 꽃이다.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는 불모지에서 기적같은 승리를 이어가며 장애인 체육의 약진을 이끌어온 간판 종목이자 팀 종목이다. 1960년대 초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스포츠클럽에서 처음 시작돼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동계패럴림픽 때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퍽이 통과될 수 있도록 특별고안된 썰매(슬레지, sledge)에서 유래한 '아이스슬레지하키'로 불려오다 2016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파라아이스하키를 공식 명칭으로 정했다. 썰매의 추진력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금속 픽과 슈팅, 드리블, 패스를 위한 블레이드가 달린 2개의 스틱으로 경기한다. 양팀 각 6명의 선수가 3피리어드 각 15분씩 45분간 경기한다. 한국은 2006년 첫 실업팀 강원도청창단 후 2008년 IPC월드챔피언십 B풀 우승, 2009년 패럴림픽윈터월드컵 우승, 2010년 밴쿠버패럴림픽 예선전 전승, IPC세계선수권에서 2012년 2위, 2017년, 2019년에 연속 3위를 기록한 후 2018년 평창패럴림픽에선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패럴림픽 4회 연속 출전 역사도 이어갔다. 2010년 밴쿠버패럴림픽 6위, 2014년 소치패럴림픽 7위, 2018년 평창패럴림픽 동메달, 2023년 베이징패럴림픽 4위를 기록했다. '로켓맨' 정승환 등 월드클래스 스타를 보유했고, 불꽃같은 투혼과 강인한 체력, 끈끈한 팀워크를 장착한 대한민국은 2008년 이후 일본을 밀어내고 아시아 대표로 자리매김해왔다.

무엇보다 파라아이스하키는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역사에 명징한 발자국을 남긴 종목이다. 평창패럴림픽에서 강호들을 줄줄이 꺾고 기적같은 동메달을 따낸 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얼음판에서 스틱을 두드리며 목놓아 불렀던 무반주 애국가는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그랬던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밀라노에선 '로켓맨' 정승환도 '검투사' 장동신도 볼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은 언제나처럼 매순간 최선을 다해왔다. 평창패럴림픽 이후 파라아이스하키에 지원과 관심도 눈에 띄게 줄었고, 협회는 내홍을 겪었고, 지난 여름 역대급 가뭄 속에 강릉빙상센터가 휴장하면서 훈련양도 부족했다. 평창 레거시로 건립중인 전국 반다비체육관에 '아이스링크'형 설립을 열망했지만 예산 문제로 이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월드클래스 에이스들이 노쇠화됐고, 베이징패럴림픽 종료 후 한민수 전 대표팀 감독 등 1세대들이 꿈나무 발굴, 세대교체를 위해 홀로 분투했지만 그 결실을 보기엔 절대 시간도 부족했다. 2022년 세계 4위였던 세계 랭킹은 어느새 9위로 내려앉았다.

단체종목 파라아이스하키가 빠지면서 밀라노패럴림픽 선수단도 역대 최소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패럴림픽에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단이 빠진 건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처음이다. 밀라노 아이스링크에 한국은 없다. 2023년 베이징패럴림픽에서 폭풍성장한 중국과 장애인 스포츠에 한결같은 지원을 이어온 일본은 밀라노에 간다.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평창의 기적, 7년 후가 뼈아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