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당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다니엘 산체스(51·웰컴저축은행)가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프로당구(PBA) 무대 진출 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산체스는 11일 밤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026시즌 7차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산체스는 마민껌(베트남·NH농협카드)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4대2(15-6, 15-4, 7-15, 15-14, 14-15, 15-4)로 승리하고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산체스는 지난 시즌 3차투어(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이후 1년 2개월(442일)만에 PBA 왕좌에 복귀했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더한 산체스는 종전 시즌 상금랭킹 7위에서 1위(1억8150만원·랭킹포인트 23만7500점)로 점프했고, 누적 상금 3억원(3억200만원)을 돌파해 누적 상금랭킹 10위로 올라섰다.
산체스는 세계캐롬연맹(UMB) 주관 국제무대에서 정점을 찍은 스페인 3쿠션 당구의 에이스이자 레전드였다. 그러다 지난 2023~2024시즌에 프로무대로 전향했다.
하지만 아마추어룰과는 다른 PBA룰과 낯선 해외무대에 금세 적응하지 못했다. 데뷔 첫 시즌에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승'은 커녕 데뷔 시즌에는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산체스는 데뷔 두 번째 시즌이던 2024~2025시즌 3차 투어에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산체스는 다시 우승권과 멀어졌다. 2024~2025시즌 6차투어(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8강에 든 게 최고성적이었다. 이를 제외하고는 16강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직 프로무대에 100% 적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다. '스페인 레전드'의 위용을 회복했다는 게 성적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산체스는 시즌 개막 투어(우리금융캐피탈 PBA챔피언십)에서 준결승을 차지하더니, 이후 4강 1회, 결승진출 2회를 더 추가했다. 7차례 투어 중에서 4강 이상 4회(결승 진출 3회)를 기록했고, 두 번의 준우승 끝에 드디어 우승의 감격을 맛본 것.
산체스는 결승전에서 안정감 넘치는 운영 능력을 과시했다. 1세트에 후공을 맡은 산체스는 첫 이닝부터 뱅크샷 2회를 포함해 하이런 7점을 기록했다. 결국 9-6으로 앞선 4이닝 때 6연속 득점으로 손쉽게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 역시 4-4로 맞선 5이닝 째 하이런 11점을 기록하며 세트를 끝냈다. 산체스는 불과 9이닝만에 두 세트를 따내며 2-0으로 달아났다.
'베트남 챔피언' 마민껌은 3세트를 15-7로 만회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마민껌은 4세트에도 먼저 매치포인트 14점에 도달했으나 마지막 득점에 실패했다. 그 사이 산체스가 15-14로 세트를 따냈다. 5세트는 반대 양상이었다. 14점에 먼저 도착한 마민껌이 끝내기 득점에 실패했다. 앞선 세트와 마찬가지로 산체스의 끝내기 찬스. 하지만 이번에는 산체스도 실수했고, 다시 공격권을 받은 마민껌이 마지막 득점에 성공하며 세트스코어 2-3으로 따라붙었다.
마민껌이 페이스를 올리자 산체스는 서둘러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는 1, 2이닝에 연달아 6점씩 뽑으며 12-2로 크게 앞서나갔다. 마민껌의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다. 이어 3이닝 째 2점을 보탠 산체스는 4, 5이닝에는 득점하지 못했지만 6이닝 째 대회전 샷을 성공시키며 15-4로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는 우승 후 "이번 시즌 2차례 준우승 끝에 드디어 우승을 했다. PBA에서의 첫 시즌과 지금을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했다고 느낀다"면서 "아직 한국(PBA)에 100%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64강서 김현석1을 상대로 애버리지 3.000을 기록한 이충복(하이원리조트)이 수상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