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청룡영화상] '부부' 현빈♥손예진, 나란히 노미네이트…男女주연상, 초박빙 트로피 레이스

by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충무로 스타들이 제46회 청룡영화상 남·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향한 초접전 레이스를 펼친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제46회 청룡영화상이 11월 19일(수)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트로피를 향한 대결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부부 동반으로 나란히 주연상 후보에 오른 현빈과 손예진, 이미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설경구와 이병헌, 신인남우상과 남우조연상에 이어 그랜드슬램을 향해 나아가는 박정민까지, 과연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한 번 얼굴 갈아 끼웠다"…男주연상 후보, 스크린 집어삼킨 연기력

박정민은 '얼굴'을 통해 진정성을 담은 '얼굴'을 보여줬다.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의 젊은 모습과 그의 아들 임동환 역을 맡아, 데뷔 이래 처음으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얼굴'은 박정민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를 통해 시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게 됐다고 밝히며, 남다른 애정을 전했던 바 있다. 단순한 캐릭터 해석을 넘어 진심 어린 감정을 담아내며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을 통해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물질 만능주의에 젖은 욕망 가득한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아, '자녀의 살인 범죄'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 한 치 오차 없이 빈틈없는 캐릭터의 요동치는 내적 갈등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인물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데뷔 32년 차에도 멈추지 않은 그의 연기 변신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에서 목소리 톤부터 비주얼까지, 180도 다른 캐릭터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25년간 헌신한 제지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 만수로 분해 입체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줬다. 아내와 두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장의 모습부터, 반복되는 면접 실패와 어렵게 장만한 집까지 내놓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조정석은 '엑시트', '파일럿'에 이어 '좀비딸'까지 삼연타 흥행에 성공하며 완벽한 '여름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정환을 연기하며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명품 조연 배우들과도 빛나는 호흡을 자랑했다. 밤순 역을 맡은 이정은과는 흥이 넘치는 모자 케미를, 첫사랑 연화를 연기한 조여정과는 달콤 살벌한 케미를, 동배로 분한 윤경호와는 현실 절친 케미를 보여줬다.

현빈은 '하얼빈'에서 불굴의 의지와 따뜻함을 지닌 안중근 장군을 완성했다. 그동안 멜로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선 국권 회복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지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조국을 빼앗긴 시대에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외로움과 결단력을 보여주며 캐릭터의 인간적 면모와 역사적 무게를 동시에 담아냈다. 현빈은 "이렇게 훌륭한 분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굉장한 축복"이라며 배우로서 책임감을 전했다.

▶"엄마·수녀·초능력자·킬러·악마"…女주연상 후보, 연기 끝판왕 다 모였다

'육아 휴직'을 마친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해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남편 만수의 실직에 질책보단 위로를 건네고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미리로 분해 엄마이자 아내로서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속 미리는 실제 손예진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는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하는 작품이라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과 호흡을 맞출 때도 자연스러웠고, 가족을 책임지고 싶은 따뜻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하며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를 선보였다.

'멜로 여신'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을 통해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며 대중에 놀라움을 안겼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로 변신해 냉정하면서도 진중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또 미카엘라 수녀를 연기한 전여빈과도 특별한 워맨스 케미를 선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2023년 열린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그가 과연 청룡영화상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연기 천재'로 불리던 이재인은 '하이파이브'를 통해 '액션 천재'로 거듭났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소녀 완서는 오랜 병치레 끝에 기적처럼 심장 이식을 받고 폭발적인 괴력과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 초능력을 가지게 된 인물이다. 이에 이재인은 무려 10개월간 액션 트레이닝을 진행하며 고난도 태권도 액션과 와이어 액션을 완벽히 소화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21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등 선배들과도 유쾌한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혜영은 '파과'에서 전설적인 킬러로 변신했다. 그가 연기한 킬러 '조각'은 오랜 세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련미를 가졌으나, 세월로 인한 한계로 은퇴가 머지 않은 캐릭터다. 이혜영은 물 흐르듯이 부드럽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얼음처럼 단호해지는 면모를 보여주며 압도적인 아우라를 발산했다.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 역을 맡은 김성철과의 액션에선 잔인하게 얽힌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이혜영은 시간이 축적된 치명적인 무기 같은 존재감을 지녔다"며 극찬을 표했다.

'악마가 이사왔다' 속 선지는 오로지 임윤아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밤이면 무시무시한 악마로, 낮에는 온화한 선지로 변신하며 사실상 1인 2역에 가까운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다. 임윤아는 낮과 밤의 극명한 차이를 살리기 위해 메이크업부터 헤어, 의상, 네일아트, 렌즈 등 세심한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작은 몸짓부터 표정, 목소리 연기까지 놓치지 않으며 캐릭터에 완전히 스며드는 모습으로 객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아무리 비현실적 설정이더라도 임윤아 고유의 색과 온도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