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접전 끝에 결정된 남녀조연상의 트로피 주인공들은 안방에 울림을 주는 수상소감을 남기며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매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선택을 해왔던 '청룡'은 올해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단 한 사람의 배우에게 조연상 트로피를 선사하면서 박수를 받았다.
이성민과 박지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남녀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성민은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제지업계에서 해고된 이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년차 베테랑 구범모를 연기하며 아날로그형 인간으로서의 현실과 중년 가장의 처절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의 가장 강력한 재취업 라이벌로 등장한 그는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전라 노출에 더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이어지는 처절한 절규까지 다양한 '첫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범모의 서사에 빠져들게 했다는 평.
이성민은 심지어 5수 끝에 청룡 트로피를 손에 쥐며 감동을 더했다. 2014년 제35회에서 '군도'로 남우조연상 후보, 2018년 제38회에서 '공작'을 통해 남우주연상 후보, 2020년 제41회에서는 '남산의 부장들'로 남우조연상 후보, 2024년 제45회에서는 '핸섬가이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5수째인 올해 수상에 성공하며 감동이 더해진 것. 이성민은 "늘 시상식에 와서 불이 나게 박수만 치다가 이렇게 무대에 오르게 됐다. 오늘은 박수를 유난히 많이 치기는 했다"면서 "상을 받을 수 없는 역할이라 준비를 못했는데, 감사하다.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하고 우리 동료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재치있는 소감을 전했다.
박빙의 승부 끝에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된 박지현의 패기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2018년 제39회에서 '곤지암'으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이 불발됐던 박지현은 무려 7년 만의 재수 끝에 여우조연상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박았다. 박지현은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에서 미주를 연기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이면서 극을 다채롭게 채웠다. 파격적인 노출연기뿐 아니라 광기어린 집착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시선이 확실하게 쏠렸다.
감격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박지현은 "제가 여기에 7년 전 '곤지암'으로 왔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배우 선배님들 감독님들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는 내가 아는 분들도 있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이 있어서 좋았고, 그분들이 상을 타시고, 이런 자리에 내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느꼈는데, 상까지 받으니까 정말 축제에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상을 받으니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