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 박정민 좋아했네?" 지난밤 청룡영화상을 뜨겁게 달군 배우 박정민을 향한 반응이다. 비록 청룡 그랜드 슬램 기록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무대를 즐긴 박정민에게 대중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박정민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얼굴'로 남우주연상, '하얼빈'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앞서 박정민은 2016년 '동주'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2020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청룡의 아들'로 올해 그랜드 슬램(신인상, 조연상, 주연상 3개 부문을 모두 석권한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끝내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올해 청룡영화상은 박정민의 청룡영화상으로 많은 화제성을 만들었다. 그중 가수 화사와 함께 꾸민 무대 퍼포먼스는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떠올리게 하며 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올해 청룡영화상 마지막 축하공연은 화사가 최근 발표한 솔로곡 '굿 굿바이(Good Goddbye)'의 무대로 채워졌다. 화이트 오프숄더 드레스에 맨발로 무대에 오른 화사는 가사 속 이별 중인 연인의 이야기를 서정적인 보이스로 열창했다. 그가 열창한 무대 뒤에서는 화제를 모았던 박정민과 함께 촬영한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는데, 이러한 화사의 무대를 지켜보던 박정민은 의자에 등을 떼고 화사의 무대에 집중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후 화사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박정민은 미리 준비한 빨간 구두를 건넸고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추며 뮤직비디오를 눈앞의 현실로 만들었다. 여기에 박정민은 화사와 이마를 맞대고 노래의 마지막 소절인 "굿 굿바이"를 함께 불러 이별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물론 박정민 특유의 수줍음이 담긴 너스레도 빠지지 않았다. 박정민을 뒤로 하고 떠난 화사를 향해 "구두 가져가야지~"라며 재치를 보이며 설렘과 감동, 재미까지 모두 선사했다.
특히 이번 청룡영화상의 화사·박정민 퍼포먼스 무대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직후부터 이어진 팬들의 소취(소원성취)로부터 시작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박정민과 화사의 멜로 연기를 청룡영화상에서 다시 보고싶다'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이에 화사와 박정민이 응답, 청룡영화상이 개최되기 전 축하공연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무대를 계획했다.
진정성 담긴 두 사람의 퍼포먼스에 시청자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나 박정민 좋아했네?' '박정민, 화사 주연 미친 사랑 연기 보고 싶다' '박정민에게 당장 멜로를 안겨라' '설레는 키 차이란 이런 것' 등 박정민의 멜로 연기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동안 강렬한 장르물, 브로맨스, 역사물 등 남성적인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온 박정민의 감성적인 멜로 열연에 많은 여성 팬들의 설렘 지수도 높아졌다.
화사와 박정민의 무대를 지켜본 절친이자 청룡영화상의 MC 이제훈은 "예전에 박정민이 내게 '훌륭한 멜로 얼굴을 가졌는데 왜 사서 고생하는 작품만 선택하느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늘은 내가 그 말을 돌려주고 싶다. 박정민도 너무 훌륭한 멜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많이 써먹어 달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절친의 칭찬에 한껏 부끄러워진 박정민은 '쉿' 제스처와 함께 고개를 저어 마지막까지 장내는 물론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비단 박정민의 '입덕' 포인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남우주연상 수상자 발표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얼빈'의 현빈에게 '쾌속 직진', 동생미(美) 가득한 귀여운 축하 인사를 건네는 장면으로도 많은 '짤'을 생성했다. 자신의 수상 불발 아쉬움보다 함께한 동료의 수상 기쁨이 더욱 컸던 박정민은 버선발로 현빈의 자리에 달려가 인사할 차례를 기다렸는데, 당시 현빈은 아내 손예진과 포옹으로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있어 박정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축하 인사를 기다리던 박정민은 현빈의 등을 두드리다가 팔에 매달리는 등 형에게 애교부리는 친동생처럼 진심으로 축하를 이어갔다.
비록 수상의 기회는 미뤄졌지만 박정민은 그 누구보다 청룡영화상을 오롯이 즐기는 에티튜드로 대중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짜증 연기 1티어'로 알려졌지만 알고보면 '멜로가 체질이었던 박정민. 한국 영화를 이끄는 '얼굴' 박정민의 멜로 영화를 스크린에서 꼭 보길 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