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최고의 스태프들이 뭉쳐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뛰어난 스토리와 수준급 기술력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올해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승부', '전,란', '어쩔수가없다', '하얼빈', '하이파이브' 등이 치열한 경쟁 끝에 스태프상의 영예를 안았다. 먼저 각본상 트로피는 '승부'의 김형주 감독과 윤종빈 감독의 품에 안겼다. 윤종빈 감독 사단이자, 데뷔작 '보안관'(2017)부터 일찍이 주목을 받은 김형주 감독은 '승부'를 통해 대한민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를 한층 영화적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 '하얼빈'의 홍경표 촬영감독과 박정우 조명감독이 촬영조명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독립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담은 '하얼빈'은 몽골, 라트비아, 대한민국 등 글로벌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역사적 현장을 생동감 있게 재현했다. 몽골 사막에선 독립군들의 외로움과 결연한 투지를, 추운 겨울인 라트비아에선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화려한 액션을 스크린에 힘 있게 펼쳐냈다.
편집상 트로피를 거머쥔 '하이파이브'의 남나영 편집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을 확실히 살렸다. 장기와 함께 초능력을 이식받았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한 '하이파이브'는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유머와 액션을 매끄럽게 연결시켰다. 여기에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오정세, 신구, 박진영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열연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쩔수가없다'는 음악상과 기술상(의상)을 수상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작품 곳곳에 귀에 익숙한 예전 가요들을 배치해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특히 만수(이병헌), 범모(이성민), 아라(염혜란)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와 서스펜스와 코미디 장르의 균형을 절묘하게 살렸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미리(손예진)와 아라에게 같은 디자인의 니트를 각각 파란색, 빨간색으로 입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비슷한 환경 속에서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 두 여성의 상황적 대비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미술상 트로피는 '전,란'의 이나겸 미술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는 전쟁 이후 황폐해진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또 철저한 자료 조사와 현실적 상상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천영과 종려, 겐신의 칼, 의병들의 무기 등의 소품 역시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