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수원 삼성은 'K리그 최고 명문' 중 하나다. 1995년 창단한 수원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쓸어모았고, 열성적인 팬들을 앞세워 단숨에 명가 대열에 올랐다. 수원은 K리그1 4회, 코리아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회 등을 거머쥐었다. 제주SK는 대한민국 역사상 두번째 프로팀이자, 1983년 출범된 K리그(당시 슈퍼리그)의 시작부터 함께한 팀이다. 서울, 인천, 부천 등을 거쳐 2006년부터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비록 K리그 우승은 1989년, 단 한차례 뿐이지만, 아기자기한 축구를 컬러로 꾸준히 강호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K리그 역사를 수놓은 두 기업구단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승격과 잔류를 둔 피할 수 없는 '멸망전', 수원과 제주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수원은 K리그2 2위를 차지했고, 제주는 K리그1 11위에 오르며 이번 매치업이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모기업이 반도체 패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만큼, '반도체 더비'로 불리고 있다. 박경훈 수원 단장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 지휘봉을 잡은 인연이 있어 '박경훈 더비'기도 하다.
2023년 치욕의 강등을 경험한 수원은 다시 K리그1으로 복귀할 절호의 기회다. K리그2에서 보낸 첫 시즌이었던 2024시즌 6위에 머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한 수원은 올 시즌 일류첸코, 김지현 최영준 이규성 권완규 정동윤 등 K리그1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자원들을 대거 영입하며 절치부심에 나섰다. 비록 아쉽게 인천 유나이티드에 밀려 목표로 한 다이렉트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리그 최다인 76골을 넣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2위에 올랐다.
제주는 어떻게든 2019시즌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제주는 2019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며 강등의 치욕을 맛봤다. 2020시즌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K리그1 무대로 돌아온 제주는 두 시즌 연속 파이널A행에 안착하며 제 궤도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2023~2024시즌 파이널B로 내려간데 이어, 올 시즌 김학범 감독이 중도하차하는 등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결국 승강 PO까지 내려왔다. 막판에서야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정도였다.
수원-제주전의 핵심 포인트는 역시 경기 감각과 체력이다. 수원은 지난 달 23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마친 후 10일 동안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원 입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경기 템포를 쫓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제주의 고민은 체력이다. 제주는 지난 달 30일 원정에서 진행된 울산HD와의 최종전을 총력전으로 치렀다. 지면 최하위로 추락할 수도 있었기에, 살얼음판 승부를 펼쳤다. 다행히 승리했지만, 3일 후 치러지는 수원전이 부담스럽다. 제주는 울산에서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해 현지에 캠프를 차렸다. 회복에 집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승강 PO는 기세 싸움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13번의 승강 PO에서 1차전에서 패하고 뒤집기에 성공한 것은 단 3번 밖에 없다. 일단 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두 팀 다 올 시즌 내내 수비가 고민이었다. 수원은 K리그2 최소실점 8위(50실점), 제주는 K리그1 최소실점 10위(53실점)에 머물렀다. 1차전에서 누가 먼저 실점하지 않느냐가 결국 이번 승강 PO 전체를 관통할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