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모처럼 다시 만난 배구명가. 하지만 한쪽은 디펜딩챔피언이고, 한쪽은 기나긴 암흑기를 겪고 있는 '흉가'다.
현대캐피탈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2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21, 25-18, 25-19)로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에이스 허수봉이 모처럼 부활을 신고했다. 20득점은 물론 공격 성공률이 69.6%에 달했다. 점수차에 비해 시종일관 이렇다할 위기 없이 일방적인 경기였다. 레오(14득점)는 필요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고, 최민호(5블록) 정태준(4블록) 허수봉(3블록)이 철통같이 네트를 지켰다. 리베로 박경민은 그물망 같은 수비력에 사령탑과 부딪칠 뻔한 장면에선 덥석 안겨드는 애교까지 선보여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을 웃게 했다.
경기에 앞서 레오의 6000득점 기준기록 시상식이 진행됐고, 이날 경기중에는 허수봉도 V리그 통산 3000득점을 달성해 기쁨이 두배가 됐다.
반면 삼성화재는 이날 패배로 2라운드 전패를 기록, 6연패 수렁에 빠졌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노재욱의 난조는 해도해도 너무한 수준. 안정감이 떨어진다곤 하지만, 아시아쿼터 장신세터 도산지에게 아예 맡기는게 나아보인다. 리시브 토스 블로킹 어택커버 2단연결 등 총체적 난국 속 이리뛰고 저리뛰며 득점 1위를 경쟁중인 아히의 프로정신만 돋보인다.
경기전 만난 블랑 감독은 3일전 KB손해보험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40득점을 올린 레오에 대해 "스파이크를 66번이나 때렸는데, 지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허수봉의 부진에 대해선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모습은 아니다. 오늘은 좀더 집중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은 잠시 주춤할 뿐이다. 다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상우 감독은 "요즘 경기력은 1라운드만도 못하다. 빨리 연패를 끊어야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선수들이 좀처럼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패배가 거듭되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다. 좀더 간절함을 가져주길 바란다. 결국 우리에겐 매경기가 흐름을 바꿀 위기이자 기회"라며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현대캐피탈은 21-19에서 레오의 잇따른 후위공격으로 승기를 잡았고, 최민호의 완벽한 블로킹으로 첫세트를 따냈다.
삼성화재는 선발 출전한 도산지가 모처럼 장신 세터의 가치를 보여줬다. 특히 자신감 있는 백토스로 아히와 찰떡이었다. 신장의 우위를 활용한 패스페인트도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끝이 부족했다.
2세트는 한순간에 현대캐피탈로 기울었다. 5-5 상황에서 펼쳐진 랠리, 레오가 어택라인 뒤쪽에서 과감하게 때린 공격이 상대 코트에 꽂혔다. 전성기의 편린이 보인 이 한방이 2세트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현대캐피탈은 11-5, 18-10으로 순식간에 달아났다.
3세트 들어 삼성화재는 신인 이우진 외에도 3번째 세터 박준서를 기용하며 흐름을 바꿔보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베스트 라인업을 적극 기용하며 빠르게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마지막은 정태준의 서브에이스였다.
천안=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