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즌 초반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다.
아시아쿼터 선수 도입 2년째를 맞는 여자 프로농구 얘기다. W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드래프트를 실시, 6개 구단이 총 10명의 일본 선수들을 뽑았다.
1라운드에서 선택된 선수들의 연봉을 인상하고, 올 시즌부터 3쿼터에 한해서 2명의 아시아쿼터가 함께 뛸 수 있으며, 시즌 종료 후 재계약이 가능한 등 다양한 어드밴티지를 도입해 모집했지만, 새롭게 뽑힌 사카이 사라(KB스타즈)를 제외하곤 이이지마 사키(하나은행), 스나가와 나츠키(BNK), 히라노 미츠키(신한은행) 등 지난 시즌 국내 무대를 뛰었던 유경험자들만 팀에 보탬이 되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예년보다 시즌 개막이 한달 넘게 늦어지면서 박신자컵과 같은 대회나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아시아쿼터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훨씬 많았음에도, 시즌의 25% 정도가 지나는 현재 시점에도 한국 무대에 데뷔한 선수들이 좀처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부상 여파도 있는데다, 일본 현지에서도 좀처럼 주전으로 뛰어보지 못하거나 공백 기간을 가졌던 한계가 나타나는 셈이다.
반면 전체 1순위로 이이지마 사키 단 1명만을 뽑은 하나은행은 제대로 적중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BNK에서 일본 농구 특유의 기본기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끄는데 큰 공헌을 한 베테랑 사키는 이번 시즌엔 팀 사정상 공격에 치중하고 있는데, 엄청난 잠재력을 분출하고 있다. 평균득점과 공헌도는 전체 2위인데다 3점 성공 1위 등 공수 전반에서 최상위 활약을 펼치며 만년 하위팀 하나은행의 예상을 깬 단독 1위를 이끌고 있다.
나츠키의 경우 주전 가드 안혜지가 버티고 있어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것에 비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10일 열린 KB스타즈전에서 3쿼터 종료 직전 하프라인 근처에서 그림같은 3점포를 성공시키는 등 2개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팀의 2점차 신승을 이끌었다. 박정은 BNK 감독은 "나츠키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해 기가 죽어 있었지만 절치부심을 한 것 같다. 이날 승리는 나츠키가 일등 공신"이라고 추켜 세우며, 향후 출전 시간을 늘려줄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미츠키도 부상으로 초반 3경기를 결장한 이후 투입, 지난 6일 KB스타즈전에서 단 18여분 출전에 팀내 최다인 17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하는 등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일단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쿼터의 '메기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당연히 선수 풀이 보다 넓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내년 시즌부터는 재계약을 비롯해 자유 계약제가 실시될 예정이라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권 선수들이 더욱 많이 WKBL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쟁력이 높은 필리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용병 도입이 시작된 일본에서 먼저 발탁한 선수도 있다. 또 현재 뛰는 선수나, 지난해 뛰었던 유경험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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