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학교체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담아내는 요람인 학교, 그 곳에서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은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조선이 공동 주관한 '2025년 학교체육 대상'이 마무리됐다. 5개 부문에 총 110개교가 지원, 역대급 경쟁이 펼쳐진 올해 공모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각 부문 대상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우리 선생님들의 놀랍고 특별한 얘기를 총 네 차례에 걸쳐 공유한다. <편집자주>
"진우야, 여기!" "저쪽에서 수비해줘." "(선생님)발로 홀링 막았어요. 반칙이에요."
'2025년 학교체육대상' 시상식(지난 11월 20일)을 앞두고 기자가 찾아간 전북 익산 영만초등학교. 학생들은 체육수업 시간에 체육관에서 뉴스포츠인 홀링하키에 매진하고 있었다. 홀링하키의 스틱은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되고, 퍽 대신 지름 17㎝짜리 고리 모양의 홀링을 사용한다. 2025년 학교체육대상 초등부 학교스포츠클럽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만초 정진홍 지도교사가 홀링하키 장비를 마련한 이유도 안전에 있다. 반대편 코트에선 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구기 종목인 피구가 한창이었다. 한 학생이 공으로 다른 학생의 머리를 맞춘 뒤엔 곧바로 "미안해"라고 사과했고, 머리에 공을 맞은 학생은 "(위험하지 않게)낮게 던져줘"라고 말했다. 안전과 더불어 매너와 존중이 영만초 체육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의도된 상호 존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체육관 한쪽 벽면에 'HWEO'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HWEO'는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How We Express Ourselves)의 약자다. 영만초는 피구 종목에 'HWEO'를 적용했다. 학생들은 평소 피구를 하면서 개선됐으면 하는 규칙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공을 잡으면 5초 이내에 공을 던지기', '공을 머리에 맞힌 학생은 3분간 퇴장'과 같은 식이다. 학년 전체가 체육관에 모여 '최종 규칙'을 논의하는 '전원 규칙 협의회'를 거친다. 교사는 거들 뿐, 거의 대부분의 규칙을 만드는 건 학생들이다. 열띤 토론 끝에 '영만 4학년이 정한 피구 규칙'이 완성된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규칙'이 정해지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켜야 한다. 정진홍 교사는 "스포츠 클럽은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하고 체력을 향샹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스포츠 클럽을 바로 수업으로 연결할 순 없었지만, 피구라는 종목을 통해 이런 규칙은 왜 생기고, 흥미와 안정성은 어떻게 되는지를 수업과 연관하여 진행했다"고 말했다.
'HWEO'는 'IB PYP(국제 바칼로레아 초등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진홍 교사는 IB 교육과정을 참고해 2025년 연구학교 1학기에 '나는 누구인가'에 관해 실증수업을 했고, 2학기에 'HWEO'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조사부터 실행, 결과 분석까지 직접 과정을 밟았다.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설계 및 경기 운영으로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황하란양(13)은 "IB 수업에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다"라며 웃었다.
IB 교육은 영만초 스포츠클럽이 내세우는 'S.L.W.O.F 모델' 중 'F(미래·Future)'에 해당한다. 'S.L.W.O.F 모델'은 '학교(School)에서 지역(Local)과 세계(World), 학생 중심 진로(Occupation)와 기회로 스포츠클럽의 미래를 완성한다'라는 의미다. 영만초는 학생이 흥미를 느끼고 참여 중심의 체육교육을 기반으로 전일제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침운동 신명나게', 일명 '아신나'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 등교시간보다 더 일찍 학교에 나와 신나는 체육 활동을 통해 하루를 보내는 에너지를 얻는다. 박성철 체육교사는 "스포츠는 소심했던 학생들을 명랑하고 행복하고 책임감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학교폭력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만초는 또한 인근 학교와의 교류 및 협력을 통해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고 있다.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배에 참가해 배드민턴 단체 여자부와 피구 단체 여자부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피구부 주장 명소윤양은 "피구는 활발한 스포츠이고 무엇보다 재밌다"고 했고, 배드민턴부 주장 김민하양은 "시 대회에서 3등 정도 할 줄 알았는데 우승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배드민턴부와 피구부의 '자리싸움'은 정진홍 교사의 '행복한 고민'이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에도 배드민턴과 피구를 하기 위해 학생들이 삼삼오오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여학생의 참여율이 더 높았다.
영만초는 체육 진로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영만초 스포츠클럽을 통해 스포츠에 재미를 느낀 황하란양은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해 최근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황양은 "영만초에서 학생 선수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준다. 정진홍 선생님은 내가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정진홍 교사를 중심으로 학교체육에 대한 영만초의 '진심'은 '2025년 학교체육대상'에서 대상의 결실로 이어졌다. 정진홍 교사는 "학교체육대상 수상작을 영상으로 찾아보니, 참 다양한 사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학교체육대상이 꾸준히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교사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려고 한다는 걸 느꼈다. 나 혼자로는 지원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성철 선생님, 장진영 스포츠강사님과 같은 분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학생들도 의지를 갖고 스포츠클럽 활동에 임해줬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의 시상식장을 찾은 정진홍 교사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스포츠를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스포츠클럽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로 채워져있다. 정 교사는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는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해서 친구들이 껴주지 않는 친구였다. 운동은 잘 못해도 선생님들의 약간의 관심 그리고 도움이 있다면, 아이들에겐 꿈을 키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첫 수업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뭘 물었을 때 손을 들어 자신있게 말해달라는 것이다. 교실에선 비록 돋보이지 않던 학생들이라도 체육관에선 의사소통 능력, 실력을 보여주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