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스토브리그의 최대 이슈는 역시 '감독 대이동'이었다.
2025시즌 종료 후 무려 K리그1, 2 합쳐 무려 11팀이 새롭게 감독을 선임했다. 12월24일에는 무려 6개의 오피셜이 쏟아지기도 했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역시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과 정정용 전북 현대 감독이었다.
이 감독과 정 감독은 철저한 비주류이자 축구계의 흙수저였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부산 원클럽맨이었지만, 제대로 된 인터뷰 조차 해본 적 없는 '무명'이었다. 태극마크도 달아본 적이 없다. 정 감독은 아예 프로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실업팀이었던 이랜드에서만 뛰었다. 그런 둘이 'K리그 최고 명가' 수원과 전북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감독과 정 감독 모두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이 감독은 은퇴 후 2011년 아주대 코치를 시작으로, 감독직에 올랐다. 대학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에 코치로 합류하며 프로 지도자로 데뷔했다. 이후 남기일 감독을 보좌하며 광주FC, 성남FC,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SK) 등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2022년 광주 지휘봉을 잡으며, 11년만에 K리그 감독직에 올랐다. 이후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데로다. 승격,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진출, 코리아컵 준우승 등을 이끌어내며 '차세대 명장' 반열에 올랐다.
정 감독은 은퇴 후 스포츠생리학 박사, 포르투갈 축구 유학 등을 통해 지도자 준비를 시작했다. 2006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가 된 그는 코치로, 감독으로 U-14, U-17, U-20, U-23 대표팀 등을 두루 거쳤다. 2019년에는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정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은 물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연령별 대표팀, K리그2, K리그1, 심지어 전 세계에 없는 군 팀까지 차례로 이끌며 명실상부 한국축구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두 감독에게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이 감독은 트렌디한 공격축구를 펼친다. 강팀을 만나서도 물러섬이 없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팀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아이디어를 얻어온다. 정 감독은 심플한 축구를 내세운다. 복잡한 전술 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전력에서 최상을 뽑아내는데 능하다. 서울 이랜드에서 실패를 경험한 정 감독은 이를 교훈 삼아 김천 상무에서 두 시즌 연속 3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좋은 위치에 올라서도 더 높은 위치를 위해 멈추는 법이 없다.
은퇴 1년만에 명문팀 지휘봉을 잡기도 하는 다른 스타플레이어 출신들과 달리, 이 감독과 정 감독은 아마추어 지도자로, 코치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결국 성공은 '감독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이 감독과 정 감독이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은 오랜 기간 쌓은 내공이 만들어낸 힘이다. 이 감독과 정 감독이 취임식에서 '제2의 이정효', '제2의 정정용'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으로 입을 모아 "버티십시오"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 두드린 쇠가 단단한 법이다. 이정효와 정정용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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