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으로 향하는 이승훈(21·한국체대)의 시간은 눈 위에 차곡히 쌓였다. 연습과 땀으로 가득 채운 날들이 세계로 향하는 이승훈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 힘을 믿기에 10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렸다. 이승훈은 "올해로 스키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었다. 이번 올림픽이 현재로선 가장 욕심나는 대회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달려오지 않았나 싶은 10년이다"고 했다.
눈밭에서 탄생한 깜짝 스타였다. 5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키의 세계에 입문했다. 재능을 발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달 만에 대한스키협회 꿈나무로 발탁된 이승훈의 재능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2020년, 불과 만 14세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승훈은 2021년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 프리스타일 종목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이승훈은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의 매력으로 '스릴'을 꼽았다. "웅장한 기술과 높이로 인해 그 자체가 익스트림 스포츠다. 관중들도 스릴을 느낀다. 무섭기도 하지만, 화려한 기술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스포츠다"고 소개했다.
재능을 뽐내던 유망주는 2022년 베이징에서 첫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승훈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직 부족했기에 참가에 의미를 두고 경기를 참가했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이승훈은 예선 16위로, 12위까지 진출하는 결선행에 실패했다. 아쉬움보다 얻은 것이 더 많은 시간이었다. 이승훈은 "올림픽 선수들과 같은 코스에서 경쟁하고, 무대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첫 올림픽의 기억은 성장 발판이 됐다. 이승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했다. 다사다난했지만, 늘 열심히 준비하고, 마인드셋도 바꿔가며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했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았고, 결과로 이어졌다. 2024년 FIS 프리스키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동메달을 따며, 한국 선수 최초로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입상에 성공했다. 아시아 무대에선 적수가 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비상'으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승훈은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받침대였다.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갈 방법을 찾고 노력했다.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고 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무너지기보단, 한층 성숙해졌다. "매년 슬럼프가 왔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기술이 안 되면 힘들어하는 타입이었다. 못하는 모습을 스스로와 모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하는 방향을 조금 바꿨다. 못해도 괜찮은 나를 보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도 자연스레 많이 성장했다"고 했다. 여러 지원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사인 롯데그룹이 전폭적인 도움에 나섰다. 이승훈은 "기술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파이프 훈련이 필요하다. 롯데에서 롯데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해서 그 도움을 통해 설상 훈련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어려움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기에 항상 감사함을 갖고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그간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강국으로 꼽혔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이 메달 기대 종목으로 꼽혔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기류가 사뭇 달라졌다. 눈밭 위를 수놓을 설상 종목 메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승훈 또한 확고한 목표를 숨김없이 밝혔다. "당연히 목표는 최고 순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메달의 색, 순위와 상관없이 내가 준비한 모습을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했다. 자신의 노력을 돌아봤다. 기술이 잘 안될 때도 언제나 스스로를 믿었다. "더 연습하고, 노력해서 방법과 요령을 터득하며 기술을 보완하려 한다. 대회에서는 '노력한 나를 믿고 편하게 타자'는 정신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꿈의 무대, 올림픽으로 향한다. 밀라노-코르티나는 4년을 기다린 이승훈의 '약속의 땅'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