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발인까지 지켜주고 싶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김원형 감독에게는 기분 좋을 하루가 됐어야 했다. 15일 두산은 44주년 창단 기념식을 거행했다. 두산은 시무식을 대신해, 이 창단 기념식으로 새해 힘찬 출발을 알린다.
김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2022년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지만, 2023 시즌 후 계약 기간 2년을 남기고 경질 당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두산에서 잡게 됐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 너무도 뜻깊은 기회.
그런 김 감독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전 선수단과 직원들 앞에서 감독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자리니 설레야 했는데, 표정은 어두웠다. 뭔가 꾹 참고 감독으로서 해야할 일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4일 야구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김민재 코치 별세. 담도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그라운드에도 다시 돌아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다시 병세가 악화됐고 암과의 싸움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모든 야구인들이 슬퍼할 일인데, 김 감독은 누구보다 슬픈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감독과 고인이 된 김 코치의 우정은 아구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두 사람은 1991년 프로에 데뷔한 동기생. 선수 시절 뿐 아니라 지도자가 된 후에도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녔다. 김 감독이 2022년 SSG 랜더스의 우승을 이끌 때도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였다. 조원우 롯데 코치, 전형도 두산 코치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족처럼 지내고 의기투합 하는 사이로 유명했다.
그랬던 김 코치가 세상을 떠나게 됐으니, 김 감독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14일 부산 빈소에서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다. 구단의 큰 행사에 감독이 빠질 수 없어 상경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감독이기에 새 시즌 구상, 포부 등을 인터뷰를 통해 밝혀야 했다. 성심성의껏 야구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김 코치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어제 조문을 다녀왔다. 지난 6일 몸 상태가 안좋아졌다고 해서 조원우 코치님과 병원에 먼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의 시간들이 생각났는지 김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김 감독은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 오늘 또 부산으로 내려간다. 발인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 후 인터뷰를 정리했다. 김 코치의 발인은 16일 오전 진행된다.
김 코치는 2013 시즌, 그리고 2019~2020 시즌에도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었다. 이 때도 투수코치였던 김 감독과 함께였다. 두산은 이날 행사 시작에 묵념을 하며 김 코치를 추모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