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자극으로 절여진 도파민 가득한 세상에 짙은 여운을 남기는 슴슴하고 담백한 청춘 멜로가 찾아왔다. 요란한 사건 대신, 서로를 바라보는 진심의 눈빛과 사랑의 본질을 찾아가는 청춘의 기록. 보법이 다른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가 안방을 촉촉하게 적신다.
넷플릭스 멜로 영화 '파반느'(이종필 감독, 더램프 제작)가 오는 20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2009년 출간된 박민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파반느'는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을 비춰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초 '파반느'는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지만 배급권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서 넷플릭스로 넘어가면서 스크린이 아닌 안방에서 시청자를 만나게 됐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늘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고 그 시선을 피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미정(고아성)과 사랑의 변질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경록(문상민), 그리고 가벼운 농담과 익살 뒤에 진짜 자신을 숨긴 요한(변요한)까지 기존 영화에서 봐왔던 멋들어진 멜로 주인공들이 아닌 상처투성이의 인물들을 내세워 출발점부터 다른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 모두가 '공룡'이라 부르며 외면하던 미정을 특별하게 바라본 경록은 천천히 보폭을 맞추며 진심을 건넨다. 미정 역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경록에게 마음을 연다. 조건과 스펙이 사랑의 전제가 된 시대, 두 사람의 느린 사랑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4년 '탈주' 등을 통해 오늘과는 다른 내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성장기를 그려 호평받은바, 이번 '파반느'에서는 청춘의 현실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멜로 영화로 연출 세계관을 확장했다. 마치 한 편의 감성 소설 같은 '파반느'는 이종필 감독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미장센과 서사가 가득 묻어나는 작품으로, 잊고 지냈던 가슴 속 순정을 깨워준다.
뿐만 아니라 원작을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의 고아성, 문상민, 변요한의 열연도 '파반느'의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렸다. 음울한 인상과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쏟아지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던 미정으로 변신한 고아성은 부스스한 머리에 정돈되지 않는 민낯 얼굴로 파격적인 이미지를 선보였다. 경록과 요한을 만난 후 서서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성장하는 미정의 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고아성의 속도대로 차분하게 풀어냈다.
또한 노란 탈색 머리에 록 음악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요한으로 변신한 변요한도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캐릭터 동기화로 '파반느' 속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지랖으로 경록과 미정 사이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는 요한은 한없이 차분하고 잔잔한 '파반느'에 이따금 예상치 못한 유머를 터트리며 감정의 완급을 조율한다.
'파반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드라마 '슈룹' '방과 후 전쟁활동' '은애하는 도적님아' 등으로 한껏 폼이 오른 문상민이다. 무용수의 꿈을 접고 백화점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록을 연기한 문상민은 새로운 '멜로 루키'의 탄생을 예고한다. 매사에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꿈도 잃고 빛도 잃은 청춘 경록이지만 창고에서 홀로 일하는 미정을 만난 이후 얼굴에 '형광등'이 켜지며 사랑에 빠지는 풋풋한 청춘 그 자체로 첫사랑 남친 재질의 매력을 아낌없이 뽐낸다.
이렇듯 '파반느'는 '사랑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익, 세상의 가장 큰 이익이다'라는 원작 속 메시지처럼 외모, 집안, 재력 등 모든 조건을 떠나 사랑 그 순수한 본질에 대해 탐닉하며 기존 멜로 영화와 차원이 다른 깊이와 여운을 남긴다. 비록 현실은 여전히 차갑고 세상의 시선은 매정할지라도 오직 서로의 진심에만 주파수를 맞췄던 청춘들의 깨끗한 사랑이 반갑기 그지없다. 잊혔던 사랑의 본질을 가장 순수하게 복원해 낸 청춘 기록 '파반느'가 안방 시청자의 마음에 어떤 파동을 남길지 주목된다.
'파반느'는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이 출연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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