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클로이 김의 올림픽 3연패가 좌절됐다.'
AP 통신을 인용한 미국 'ESPN'의 헤드라인이다. '천재소녀' 최가온(세화여고)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지구촌 지존으로 우뚝섰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88.0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세운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도 경신(17세 3개월)했다.
'ESPN'은 '부모님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클로이 김은 어린 시절부터 최가온을 꾸준히 격려해 왔다. 이제 그는 자신이 영감을 준 10대 소녀에게 올림픽 타이틀을 넘겨줬다'고 전했다.
클로이 김은 "바통을 넘겨주는 게 중요한데, 시상대에서 최가온 옆에 서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을 거다. 최가온이 너무 자랑스럽고,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라는 소감도 전했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제패한 클로이 김은 최가온의 우상이다. 은메달을 차지한 클로이 김은 최가온과 포옹하며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시상대에서도 '친언니'처럼 살뜰이 챙겼다. 지존 자리를 최가온에게 물려줬지만 품격은 빛났다.
결선에서는 눈이 펑펑 내렸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스위치백나인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최가온은 캡텐을 시도하다 하프파이프의 가장 자리인 림에 걸려 넘어졌다. 한동안 쓰러져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의료진까지 투입됐다. 다행히 일어났지만 계속 도전할지 의문이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클로이 김은 챔피언다웠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올림픽 본무대가 시작되자, 전성기 기량을 선보였다. 첫 시기부터 전력 투구하며 88.00점을 받아 1위로 올라섰다.
최가온은 다행히 2차 시기에 나섰다. 당초만 하더라도 'DNS(스타트 하지 않음)'이 떴지만, 최가온은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최가온은 스위치백사이드나인을 시도하다 또 다시 넘어졌다.
마지막 3차 시기. 그야말로 대반전,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도중 넘어진 몸 상태와 눈이 내리는 코스 컨디션 등을 고려, 1080도 이상의 고난도 연기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 등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연기 후 눈물을 흘리며 점수를 지켜봤다. 점수는 무려 90.25점이었다.
마지막 주자는 클로이 김이었다. 1위 자리가 바뀐 후였다. 클로이 김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번째 점프에서 넘어졌다.
최가온은 "1차 시기 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면서도 이를 악물고 걷기 시작하자 다리에 다시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계속 노력하면 올림픽에 복귀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 내 첫 올림픽 메달이 금메달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클로이 김은 올림픽 후 어깨 치료를 위해 수술대에 오른다. 그는 "3연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나도 전에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부상 당하는 순간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느껴진다. 한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고 했다.
최가온은 7세 때 스노보드 마니아인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 최가온이 세상에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은 2023년 3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X게임'이었다. X게임은 'ESPN'이 주관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다.
클로이 김이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탄생했다.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초청받았고, 첫 출전에 금메달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그것도 클로이 김이 갖고 있는 최연소 우승(14세3개월)까지 갈아치웠다.
같은 해 12월엔 생애 첫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고, 올림픽도 마침내 제패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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