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또 빙질이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임종언은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남자 1500m 준준결선 5조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준결선 진출은 무산됐다.
또 얼음판이 문제였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인 코스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오른발 스케이트가 미끄러졌다. 경기 후 임종언은 "준비했던 것을 하나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마지막 코너에서 안쪽으로 파고 들려다 좋지 않은 빙질에서 힘을 주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넘어져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밀라노의 빙질 문제는 쇼트트랙 경기 첫 날부터 선수들을 괴롭혔다. 혼성계주에서 빙질에 균형을 잃은 코린 스토다드가 김길리를 덮치며 결선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무른 얼음'이 선수들의 열띤 레이스 자체를 방해했다. 얼음이 무르면 미끄러짐과 넘어질 위험이 커진다. 스케이트 날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며 레이스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늘어난다. 캐나다 여자 간판 코트니 사로는 "빙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안쪽으로 바짝 붙어서 타야 했다"며 "얼음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남자부 최강자로 꼽히는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도 "얼음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기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의 코린 스토다드는 "피겨스케이팅 얼음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얼음 두께가 두껍고, 무른 상태의 얼음을 사용하는 피겨의 특성이 경기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두께 약 5cm, 영하 3~4도를 유지하는 피겨와 달리 쇼트트랙은 일반적으로 약 4cm의 얼음 두께와 영하 5~6도의 기온을 유지한다. 미세한 차이가 얼음의 상태를 바꾼다. 얼음이 쇼트트랙이 아닌 피겨에 맞춰져 있다면 무른 얼음 탓에 스케이트 날이 깊게 박혀 걸려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스토다드, 임종언 등 선수들이 균형을 잃은 것도 비슷한 원인다.
빙질 문제의 배경에는 경기 일정과 관리 방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는 피겨스케이팅 경기도 함께 진행된다. 두 종목이 한 경기장을 공유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만 그렇기에 빙질 조절이 올림픽 무대를 주관하는 대회 조직위에게는 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최적의 빙질 관리를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피겨도 상황이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지난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조 경기 때 경기장 전체가 고개를 떨궜다. 가기야마 유마, 일리아 말리닌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무른 빙질의 경기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제대로 점프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차준환은 "경기 시간이 길다 보니까 후반부로 갈수록 덜 나가는 느낌이었다. 주행을 하면서 속도도 평소보다 덜 나는 느낌이었다. 경기장도 조금 더웠던 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2일 빙질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루카 카사사 대회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12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빙질 문제를 제기한 선수는 소수다. 아이스 메이커가 경기 중에도 얼음 온도를 측정하고 빙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빙질 관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빙질에 웃고 있는 선수는 이미 적응을 마친 이탈리아 선수들 밖에 없는 모양새다.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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