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건강만큼은 늘 관리해 자신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심정지와 암 진단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3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3번의 삶을 다시 얻은 기분으로, 내 신체와 건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더 소중히 챙기고 있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은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온 1959년생인 권순상씨가 응급의학과와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긴밀한 협진 덕분에 심장을 되살리고 검사 과정 중 발견된 직장암까지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외과 협진으로 치료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과거 젊은 시절 20여 년간 전국 각지의 백화점에서 바이어(MD)로 활동하며 기획·유통 분야에서 활약했다. 이후 개인 의류사업을 운영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밤낮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건강만은 자신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올해 초 권씨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권씨는 "심장이 멈췄을 때 이미 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저를 살려줬다"며 "한 번에 3가지 위기를 이겨내고 나니 정말로 제 인생이 두 번 주어진 것 같다. 다시 가족 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첫 번째 치료, 심정지…3차 심폐소생술 끝에 심장 되살려
지난해 2월 7일 밤 11시쯤 권씨는 근무 중 경비실 앞 의자에 앉아있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었다. 119에 의해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119 이송 도중에도 구급요원은 권씨의 심정지로 인해 심폐소생술(CPR)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후 응급의학과 허규진·유재진 교수를 비롯한 응급의료팀은 무려 세 차례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이어 기관삽관과 중심정맥관 삽입 등 응급 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환자는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드디어 권씨가 생명을 되찾게 되는 첫 번째 기적이었다.
권씨는 "심정지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였는데, 의료진의 빠른 대처 덕분에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이 때가 제가 맞이했던 첫 번째 위기였고, 이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치료, 관상동맥질환으로 급성심근경색 치료 성공
심장이 다시 뛰어 한숨돌릴 즈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심장내과 한승환 교수팀의 급성심부전 치료와 정밀검사가 이뤄진 직후였다. 심정지의 원인이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이었던 것.
즉 심장 자체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들이 막히거나 좁아져 심장근육이 혈액공급부족으로 괴사되는 급성 질환이었다. 심부전이 동반돼 있었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 박철현 교수를 중심으로 한 협진팀에 의해 '무(無)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로술(Off-Pump CABG)'을 시행해 심장 기능을 되찾게 됐다. 권씨는 이때 두 번째 기적을 경험했다.
◇세 번째 치료, 항암 치료와 외과 수술로 직장암도 치료
그러나 회복 과정에서 또 하나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밀검사에서 3기의 직장암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권씨는 "남들은 평생 살아가며 하나의 순간도 겪을까 말까한 일을 연이어서 3번에 걸쳐 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매우 놀라고, 내게 왜 이런 일들이 연달아 찾아왔는지 원망도 됐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시한폭탄과 같은 질환이 내 몸에 있었고, 의료진들 덕분에 문제가 되기 전 모두 치료해 3번이나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즉시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가동했다.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은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했고, 같은 해 3월부터 약 25차례의 치료 끝에 암 병변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외과 이원석 교수는 권순상 환자의 상태와 회복 속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수술 시기를 조율했다. 마침내 같은 해 7월 7일, '복강경하 저위전방절제술'을 시행했고, 항암 방사선 치료 후에도 장루 없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처음 진단 시 직장암 3기였지만, 꾸준한 항암 방사선 치료와 수술 결과 최종 병리검사에서 직장암 1기 판정을 받는 3번 째 기적을 체험했다.
처음 질환을 인지한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권씨는 심장질환과 암을 모두 극복한 상태로 현재 건강을 되찾아 일상으로 복귀했다. 과거보다 건강의 소중함을 더 느끼며 하루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원석 교수는 "응급실 의료진의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환자의 생명을 첫 번째로 지켰고, 이어 심장혈관흉부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외과 등을 비롯한 여러 진료과가 긴밀히 협력해 환자의 심장질환과 암을 모두 극복할 수 있었다"며 "가천대 길병원의 표준화된 협진 시스템과 끊김 없는 연계형 다학제 진료가 만들어낸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왼쪽부터) 심장혈관흉부외과 박철현 교수, 외과 이원석 교수, 권순상 씨, 심장내과 한승환 교수, 응급의학과 허규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