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프로에 입단하고 맨날 국가대표 하면 참사의 주역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깨고 싶다."
한국 야구대표팀 주장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를 악물었다. 2026년 WBC에서 2009년 대회 이후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씻고, 사고를 한번 제대로 쳐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진행한 2026년 WBC 한국의 첫 공식 훈련에 참여했다. 이정후를 비롯해 김혜성(LA 다저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한 완전체의 첫 훈련이기도 했다.
3년 전, 2023년 WBC에서 이정후는 한국의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팀 성적은 초라했다. 또 1라운드 탈락. 대표팀은 '도쿄 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비난 속에 귀국해야 했다.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베테랑 김광현(SSG 랜더스) 김현수(KT 위즈) 양의지(두산 베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은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의 영광을 이끈 주역들의 대표팀 은퇴 선언. 한국 야구는 반드시 세대교체를 이뤄야 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 이정후가 있다. 이정후는 3년 만에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WBC 무대로 돌아왔다. 3년 전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정후는 "(국제대회에 오면) 자신은 항상 있는데, 결과로 나와야 한다. 지난 대회는 좋지 않았고, 사실 성인이 되고 국가대표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한번도 없었다. 내가 크면서 본 대한민국 야구는 맨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옛날 베이징 올림픽, 다음 연도 WBC를 보면서 큰 세대인데, 프리미어12에서도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그런 모습만 보고 컸는데, 내가 프로에 입단하고 맨날 국가대표 하면 참사의 주역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깨고 싶다. 깨고 다시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선배들의 영광을 다시 이번 대회부터 한번 다시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막내급으로 참가했던 지난 대회와 마음가짐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정후는 "그때는 사실 어린 나이였고, 이런 큰 대회에 뛰는 자체가 내게는 큰 의미였기에 사실 와서 특별한 부담감도 없었고, 책임감도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부담감보다도 책임감이 훨씬 커진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정후는 한국계 메이저리거들과 영어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팀이 빨리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다.
이정후는 "(한국계 선수들에게) 일본 야구장의 특징을 설명했고, 외야에 관중들이 많이 왔을 때 콜플레이하는 방식이 미국과는 달라서 그런 이야기도 했다. 또 미국은 모든 구장에 케이지가 있지만, 일본 야구장에는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밖에서 배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문화 차이를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한국 후배들과 호흡에 대해 묻자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다. 아직 본 지 24시간도 안 됐다. 어리고 야구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이렇게 팀으로 야구할 수 있어 설레고 나도 영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대회에 펑펑 울었던 이정후는 없다.
이정후는 "(3년 전에는) 대회 끝나고도 울고, 대회 도중에 지고 울기도 했다. 대회가 있으면 항상 설??쨉? 어느 순간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계속 그런 일을 겪다 보니까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나 말고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나 또한 기대된다. 동생들도 야구 잘하고, 선배들도 든든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중간에서 동생들 잘 챙기고, 선배들 보필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사카(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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