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실점하더라도 한 점씩, 이런 실점을 했으면 좋겠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클래스를 입증한 투구였다. 일본 야구 레전드이자 투수 출신인 후지카와 규지 한신 타이거스 감독은 전성기 때보다 더 노련해진 류현진의 투구에 엄지를 들었다.
류현진은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과 연습 경기 3-3으로 맞선 6회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2이닝 1안타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류현진이 중간에서 2이닝을 깔끔하게 책임진 덕분에 한국은 불펜을 가능한 다 점검하면서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5타자 연속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구속은 떨어져 있을지 몰라도 체인지업과 느린 커브를 섞어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는 일품이었다.
지난해 한화 2선발로 활약했던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면서 비결로 왜 류현진을 꼽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와이스는 '휴스턴클로니클'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투구하는 방식을 보면 된다. 그는 100마일(약 161㎞) 이상 빠른 공을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즌 내내 스트라이크존에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고, 다양한 카운트로 싸운다.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고, 나는 매주 지켜볼 수 있었다"며 류현진의 투구를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고 강조했다.
후지카와 감독은 "(류현진은) 현역 시절부터 잘 아는 선수이기도 하고, 지금 베테랑이 됐는데 피칭의 폭이 예전보다 더 대단해진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투구 면에서도 한국 투수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전체적으로 제구랑 다 괜찮았다. 구속도 오키나와 연습 경기보다 조금 더 올라온 것 같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피칭이었다. (5타자 연속 내야 땅볼은) 어느 정도 생각한 대로 된 것 같다. 내가 삼진을 잡는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그라운드 공이 많이 나올수록 좋기 때문에 좋게 흘러간 것 같다"며 총평했다.
마운드에서 조금은 고전했던 후배들을 향한 조언이 이어졌다. 한국 선발투수 곽빈은 2회 투구 도중 손톱이 깨지는 부상이 있었지만, 2이닝 35구 3안타 1볼넷 1삼진 3실점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곽빈 외에도 투구가 만족스럽지 않을 투수는 여럿 있었다. 3회부터 노경은(1이닝)-손주영(1이닝)-고영표(1이닝)-류현진(2이닝)-박영현(1이닝)-김택연(1이닝)이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손주영과 박영현, 김택연 등은 수비 도움이 없었다면 실점할 위기가 있었다.
류현진은 "1회부터 공격적인 부분에서 정말 잘 풀어준 것 같다. 중간에 한번 따라잡히긴 했지만, 동점을 만들고 그 이후에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경기를 풀어갔다. 이렇게 계속 투수들이 잘 막아주면 본선에서도 좋은 분위기 속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후배들을 다독이는 동시에 "아무래도 투수들이 한 이닝에 대량 실점하는 것보다는 한 점씩 실점하더라도 이런 실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선수들이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은 대회에 앞서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 등이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많이 헐거워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곽빈과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이 1, 2선발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류현진은 이들의 버팀목이 될 예정이다.
류현진은 "지금 여기 있는 선수들도 한국에서 최고 투수들이고, 최고의 선수들이기에 여기 함께 있는 30명이 힘을 합쳐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사카=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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