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봄비 속 본부에 들어서자 멈춰 있던 원전들로 조용하던 현장에 봄을 기다린 마냥 모처럼 활기가 감돌았다.
본부 내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됐고, 2~4호기는 설계 수명 만료로 멈춰 있다. 현재 신고리 1·2호기만 가동 중이다.
하지만 최근 1호기 해체 승인과 2호기 계속운전 허가가 내려지면서, 원전들이 바쁘게 돌아가던 때처럼 작업자들의 신호 소리와 같은 생동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2호기를 이날 원안위 기자단에 공개했다.
◇ 재가동 초읽기 들어간 고리 2호기…"29일 목표"
고리 2호기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면서 원전 가동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계속운전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1983년 4월 9일 운전을 시작해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 40년을 채우고 원자로가 정지했다.
지난해 11월 원안위가 세 차례 심의 끝에 사고관리계획서 승인과 계속운전을 결정하면서 이달 말 재가동을 목표로 임계 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 중인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바깥에서도 수시로 '삐' 하는 신호음과 시험 안내 방송이 수시로 들렸다.
약 3년 만에 재가동 준비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현장 인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영구 폐쇄가 되지 않은 원전 중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2호기는 리밋스위치 등 노후 설비 226개 품목을 교체하고 전력케이블 등도 교체를 마쳤다.
피동촉매형 수소재결합기(PAR) 설치만 남아 있으며 환경 개선율도 95% 수준으로 거의 마무리됐다.
최동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제1발전소장은 "임계 전 시험을 26일 오전 5시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허가 일정에 따라 29일 또는 4월 초로 기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원전 가동률 80% 목표에 한수원이 어깨가 무거운데 고리 2호기가 갖는 의미가 클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결국 원전 가동률이 오르려면 고장이 없어야 하고, 그러려면 철저하게 사전에 안전성을 잘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은 검사와 시험에 철저히 임해달라 당부했다.
◇ 사고관리계획서 첫 적용 원전…재해 대비도 강화
고리 2호기는 원전 사고 종합 매뉴얼 격인 사고관리계획서 내 이행해야 할 여러 안전 조치들이 모두 갖춰진 채 운전하는 첫 원전이기도 하다.
지난해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사고관리계획서는 한국형원전(APR1400) 등 최신형 원전에도 승인이 내려졌지만, 아직 관련 조치가 진행중이다.
이날 고리 2호기 외부 곳곳에는 냉각수 주입용 고유량이동형 펌프차, 저압·고압 이동형 펌프차, 1MW·3.2MW 이동형 발전차 등이 원전을 호위하듯 배치돼 있었다.
이들 장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고정형 안전설비가 무력화된 것을 감안해 이동형으로 마련된 게 특징이다.
재해 대응을 위한 대비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고리본부는 2023년 7월 집중호우로 배후사면 일부 토사가 유실된 데 따른 보강 공사와 해안 방벽을 강화하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김선경 제2발전소장은 "배후사면 보강공사 공정률은 60%로 내년 5월 완공 예정이고, 해안방벽은 내년 4월 완공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13일에는 원안위와 해빙기 특별점검도 실시해 개선사항 26건 등을 도출해 조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 벽 하나 사이 둔 고리 1호기는 해체 절차 본격화
고리 2호기와 콘크리트 벽으로 맞닿았지만, 해체라는 다른 길을 걷는 고리 1호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정지됐고 지난해 6월 해체 승인을 받았다.
바깥 곳곳 '미사용 설비'라는 빨간 글씨가 적힌 패널이 붙어 임박한 해체를 실감케 했다.
한수원은 오염 준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 순서로 해체할 계획이다.
허가 6년 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고 10년 후 오염구역 해제, 12년 후 부지를 복원한단 계획으로, 해체 비용은 1조713억원으로 추산된다.
출입이 제한된 고리 2호기와 달리 고리 1호기는 해체를 앞둔 터빈 설비까지 볼 수 있었다.
터빈 건물 3층에 오르니 부산시 전체가 8년간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퇴역을 앞둔 초록색 발전설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권하욱 한수원 공사관리부장은 "비방사선 구역은 올해 상반기 비계를 쌓고 보온재를 철거하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하반기부터 바깥 작은 설비부터 먼저 해체하고 연말 터빈과 발전기 해체에 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한수원으로부터 6개월마다 해체 상황 관련 정기검사를 받게 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첫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KINS가 지난 6일까지 검사를 수행해 원안위 보고를 앞두고 있다.
권 부장은 "영구정지를 통해 한수원이 보유한 건설과 운용 능력에 더불어 해체를 포함한 전주기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해체의 성공적 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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