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올림픽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 순간 한없이 흘렸던 최민정(28·성남시청)의 눈물, '후련함'이었다.
등장만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다. 최민정은 지난 세 번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였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주니어 대회를 휩쓸고, 고등학생이었던 2014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도전조차 힘겨운 올림픽, 최민정은 처음부터 증명의 무대였다. 2018년 평창에서 단숨에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최민정과 한국 쇼트트랙 사이에 '등호'가 생긴 순간이었다. 4년 뒤 베이징에서 여자 1500m 2연패로 '여제'의 자리에 올랐다. 마지막 올림픽도 환희였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추가했다. 올림픽 메달 7개로 대한민국 동·하계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섰다. 미련은 없었다. 최고의 자리에서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다. 스포츠조선은 창간 36주년을 맞아 올림픽 무대와 작별한 최민정을 만났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최민정은 밀라노만큼이나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TV프로그램 출연, 각종 인터뷰와 행사 참석까지 빡빡한 나날을 보냈다. 그는 "올림픽에서 돌아오고 첫날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잤다. 오랜만에 맘 편하게 잘 잤다"고 했다. 고된 일정, 올림픽까지 마쳤기에 쉬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쇼트트랙과의 인연이 남아 있다. 틈을 내어 운동까지 놓치지 않았다. "운동도 하면서 회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많이 쉬면 안 좋기에 바로 시작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혼자만 간직하고 나선 대회였다. 몸도, 마음도 어려움이 컸다. 최민정은 "무릎 통증이 생각보다 잘 안 나았다. 통증을 참고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힘들게 했다. 오랫동안 치열하게 한 시간이 길어졌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지쳤다. 여러 가지가 겹쳤다"고 고백했다. 올림픽에 도전하는 매 순간이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안주하지 않았다. "한계를 넘는 것들을 많이 해내야 했다. 한 번도 안주하지 않았다. 어떤 운동을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도 했고,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계속 도전했다."
마지막 올림픽 시상대에서 긴 시간을 버텨오던 감정의 둑이 터졌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민정은 "후련함이 80%였다. 그다음이 기쁨과 슬픔이었다. 사실 더 많이 울었던 건 베이징 대회 1000m 은메달 땄을 때였다.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며 "올림픽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스스로 가장 많이 한 생각이 후련함이라는 단어였다. 그것밖에 생각이 안 났다. 경기가 딱 끝나고 내가 이렇게 후련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며 웃었다. 올림픽을 위해 달려왔던 그간의 시간, 최민정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멋진 여정이었다. 최다 메달을 따낸 의미도 크다. 과정에 있어서는 절대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멋진 여정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 획득의 순간은 2022년 베이징 1500m 금메달이었다. 최민정은 "최다 메달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는 기점이 됐다. 기록이 완성될 수 있는 분기점이 된 메달이라 뜻깊다"고 했다. 올림픽을 떠나기엔 아쉬운 최정상급 실력, 대표팀 동료까지 최민정을 향해 장난 섞인 만류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약간 복잡하기도 했다"며 "한국 와서 그런 말들을 더 많이 듣고 복잡했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선수로서 좋은 기량을 인정받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올림픽 여정은 끝났지만,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의 시간은 진행형이다. 다가오는 4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도 참가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이별보다, 향후 2~3년의 시간 동안 한 단계씩 내려오며 선수 생활을 차근히 마치고자 한다. "선발전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국제 대회를 좀 나가고, 국내 대회도 나가면서 차근차근 내려오며 마무리하고 싶다." 최민정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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