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솔직히 겉으로 볼 때는 놀면서 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막상 직접 보니까 그런 느낌 하나도 없어요."
KIA 타이거즈 김도영인 이달 열린 2026년 WBC에 출전해 값진 경험을 했다. 김도영은 1번타자로 활약하며 한국의 2009년 대회 이후 17년 만의 8강 진출 영광을 함께했다.
김도영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지난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 한국은 0대10 7회 콜드게임 패배로 무릎을 꿇었다. 17년 만의 8강에 진출한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허무하게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었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간판타자들이 모인 위압감이 대단했다.
한국을 상대한 선발투수는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를 차지한 메이저리그 초특급 투수다. 산체스는 한국 타선을 상대로 최고 구속 96.9마일(약 156㎞)에 이르는 싱커를 주 무기로 싸웠다.
김도영을 비롯한 한국 타자들은 얼어붙었다. 이 정도 구위와 제구를 갖춘 왼손 투수를 한국에서 볼 기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산체스는 5이닝 2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 호투로 도미니카공화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김도영이 상상하고 영상으로 지켜본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의 이미지는 어쩌면 진지하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흥이 넘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니 "놀면서 야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 대우를 받는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기기까지 하니 정말 무서운 팀이었다. '즐기는 자가 일류'라는 말이 딱 맞는 팀이 도미니카공화국이었다.
김도영은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WBC에서) 아무래도 보면서 느낀 게 많다. 야구가 뭔가 진중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엄청난 선수들도 솔직히 겉으로 볼 때는 막 놀면서 한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이기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껴 많이 감명을 받았다. 내가 조금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한국 타자들이 산체스와 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를 평소에도 더 많이 지켜볼 수 있었으면 결과는 달랐을까.
김도영은 "처음 보는 공이라 초반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첫 타석에서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투수다 보니까 기가 죽어서 들어간 게 있었다. 두 번째 타석부터는 뭐 (산체스도) 사람인데, 사람으로서 놓칠 공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가니까 공이 꽤 잘 보였던 것 같다. 처음 보는 공이다 정도의 느낌만 남았다. (평소에도 이런 공을 봤다면) 그런 아쉬움은 없다. 요즘에 기계 볼도 잘돼 있다. 그런 핑계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도영은 KBO리그에서 이미 한번 정점을 찍은 타자다. 2024년 141경기, 타율 3할4푼7리(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OPS 1.067, 40도루를 기록, 생애 첫 MVP를 차지했다. 21살 시즌에 맛본 이른 성공이었다.
WBC는 그런 김도영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될까.
이범호 KIA 감독은 "실력은 더 레벨업될 게 없다. 40홈런-40도루를 하는 친구니까. 심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큰 무대에서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더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야구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면 아무래도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본인이 더 관리를 잘해서 출전해야 큰 무대를 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기니까. 야구보다는 그런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술적으로는 더 성장하기도 힘들다. 이 정도만 유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도영은 WBC 이후 훈련할 때 달라진 점을 묻자 "타격 훈련할 때 더욱더 방향성을 신경 쓰게 됐다. 솔직히 멀리 치는 게 별로 크게 의미는 없다고 많이 느꼈다. 대회 다녀와서는 조금 더 방향성을 갖고 멀리 치자는 생각을 갖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거를 장기적으로 꿈꾸지만, 그보다 현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음 WBC에 기회가 왔을 때 똑같이 당하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김도영은 "도미니카공화국전뿐만 아니라 아직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국제대회 하면서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내 공이 내 존에 들어왔는데도 대처가 안 됐다는 점에서 많이 부족했다"며 다음에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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