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끝나고 연락이 안 닿는다. 개막시리즈는 포기했고, 일본에 오기나 했으면 좋겠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개막 직전 거대한 악재에 직면했다. 외국인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31)와의 연락이 끊겼다.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는 22일 WBC에 쿠바 대표로 출전했던 모이넬로가 아직까지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쿠보 히로키 소프트뱅크 감독은 "WBC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내일 올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이넬로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MVP에 빛나는 소프트뱅크의 에이스 투수다. NPB는 오는 27일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개막 5일전인데 리그 MVP, 에이스가 아직 합류하지 않았다는 것.
일본 생활도 1~2년이 아니다. 2017년 육성선수로 처음 일본 땅을 밟은 이래 소프트뱅크가 애지중지하며 키워냈다. 일본 생활만도 올해 10년차다.
공들인 보람이 있었다. 데뷔초 불펜으로 뛰었다. 2019년에는 34홀드 평균자책점 1.52, 2020년에는 38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핵심 투수로 우뚝 섰다.
2024년부턴 선발로 전향, 에이스로 올라섰다. 이해 11승5패 평균자책점 1.88으로 선발 마운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에는 24경기 167이닝을 소화하며 12승3패 평균자책점 1.46으로 리그 최고 투수에 등극했다.
모이넬로의 발걸음은 퍼시픽리그 MVP에 그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닛폰햄 파이터즈, 재팬시리즈에서 한신 타이거즈를 잇따라 꺾으며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모이넬로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도 개막전 선발투수로 예정돼있었다.
한국팬들과는 2024 프리미어12를 통해 안면을 텄다. 쿠바전에서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 당시 그 홈런을 허용한 투수가 바로 모이넬로다.
그 모이넬로가 연락이 끊긴 것이다. 고쿠보 감독은 "개막 직전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쿠바 선수들의 경우 WBC 등의 국제대회를 계기로 망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모이넬로가 망명을 택했다면, 더이상 일본에서는 뛸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쿠바 선수들의 일본행은 엄연히 쿠바야구연맹과 NPB 간의 협약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
다만 한가닥 희망은 남아있다. 쿠바가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혼란에 휩싸여있기 때문. 고쿠보 감독은 "당장 내일 올수도 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지 안탈지, 탈 생각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내 입장은 모이넬로가 일본에 오면, 일단 만나게 된 후에 생각하겠다"며 당황과 실망감을 아울러 드러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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