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김진우 서강대 겸임교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네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로 한국의 핵무장 문제가 주요 내용입니다. 이미 송고한 첫 번째 기사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목적, 미국의 북한 타격 가능성 등을 다뤘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한국의 국방력 등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송고한 기사의 요약은 이번 기사 맨 아랫부분에 수록했습니다. 다음 주 이후에 나가는 네 번째 기사는 미·중 패권 경쟁, 한국의 국가경쟁력 향상 방안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스토리와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은 핵무장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주변의 나라들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강한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핵무장은 동북아에서 생존을 위한 것이며,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미국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도 그렇게 해서 핵무장에 성공했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려면 먼저 동맹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양국 간에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김진우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3월 3일부터 연합뉴스, 서강대에서 세 차례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국은 군사력 세계 5위라고 하지만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북쪽에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 핵보유국이 있고, 남쪽에는 핵잠재력을 보유한 일본이 있어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묵인해준 것은 자국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인도, 파키스탄보다 훨씬 가까운 동맹국"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설득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김 교수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사,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해군 분석센터를 시작으로 핵무기 연구소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미국 국방부, 국무부 등에서 국제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일을 했다. 특히 핵 문제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아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의 안보·외교 유력자들이 그에게 자문을 구하곤 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로서 국가 안보와 국제관계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본인은 미국 국무부, 국방부, 정부 기관 등에서 국제문제 분석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 사람들은 대체로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나는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했다. 그 현실이 불편해도 그렇게 했다. 감정을 배제하고 증거와 사실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가정(假定)을 계속 재확인했다. 철저한 논리로 결론을 내리고, 복잡한 문제를 심플하게 요약해냈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를 상사한테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직설적 성향 때문에 동료나 상사들과의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좋은 상사는 나의 그런 솔직한 보고를 원했다. 가감 없는 목소리가 위로 올라가야만 최고 결정권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 학생들에게는 역사 공부를 많이 하라고 권한다. 역사 자체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리지널(원문) 자료를 많이 읽는 게 좋다고 말한다. 헌법에 대한 해설서보다는 헌법 원문을, 플라톤에 관해 설명한 책보다는 플라톤이 직접 쓴 책을 읽어보라고 한다. 그래야 객관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힘들지만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런 경험이 없으면 계속 남의 분석이나 관점에 끌려다니게 된다.
-- 본인은 미국 정보 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 신입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한 적도 있다고 했는데.
▲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들에게 강의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비밀이 진실은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1급 기밀(Top Secret)'로 분류된 정보라고 하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또 오염된 데이터는 냉철하고 엄밀한 분석을 통한 '정제(purify)'가 필요하다. 해당 강의에서 나는 수집된 데이터의 진위를 분별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을 다뤘다.
-- 미국의 외교 전략가였던 헨리 키신저(2023년 작고)와는 어떻게 친하게 됐나.
▲ 미국 국방부에 한 위원회가 있다. 나는 이 위원회로부터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 브리핑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위원회에서 말문을 열자마자 키신저는 "당신이 뭘 아느냐?"고 했다. 무시하는 투였다. 원래 그는 거친 사람이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거장들 앞에서 제가 뭘 알겠습니까. 다만 저는 공짜 점심 먹으러 왔습니다"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가 씩 웃었던 미소는 지금도 기억한다. 발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 그 후 친하게 된 것인가.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연락을 해왔다. 슐츠 전(前) 국무장관을 만나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키신저, 슐츠와 함께 와인을 곁들인 점심을 먹게 됐다. 키신저는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했고, 나는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키신저는 세밀하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45분 정도 예정이었던 미팅은 5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이후 그는 북한 문제, 핵 억지력 등과 관련한 어떤 사안이 있으면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곤 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정부에서 우리 둘뿐'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친근감을 표하곤 했다.
-- 북한은 언제부터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가졌나.
▲ 김일성은 1956년부터 소련에 원자로(nuclear reactor)를 제공해달라고 매달렸다. 이는 옛 소련의 1차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소련은 당연히 제공하지 않았다. 김일성은 소련 흐루쇼프의 실각을 지켜보면서 핵무기 개발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흐루쇼프는 1953~1964년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발견한 것은 1985년이었는데, 그때 영변의 핵시설이 인공위성 사진으로 찍혔다.
-- 본인은 25년 전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는데.
▲ 나는 2000년부터 그런 주장을 했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많은 돈을 들여서, 국제적 제재를 받아 가면서까지 힘들게 개발했는데 그걸 왜 포기하겠는가. 나 같아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상당수의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저렇게 가난한 나라가 무슨 핵무기를 만드냐고 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집단이 비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조금 해 주고, 외교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해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교환 논리를 폈다. 나는 그런 낙관적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의견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했고, 강경파라는 비웃음까지 따랐다.
--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왜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나.
▲ 북한이 말한 그대로 핵무기 개발이 생존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가난한 나라였지만 핵무기를 만들었다. 자국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이스라엘도 중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핵무장을 했다. 나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 해도 낙관론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나.
▲ 북한은 무려 6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1차 핵실험을 실패로 규정했다. 이어진 2차와 3차 실험 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가난한 국가는 핵을 개발할 수 없다'는 오만한 가정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예측 실패를 넘어 외교 정책에 치명적 재앙을 불러왔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그 무거운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는데.
▲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조금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비핵화가 가능한 것으로 낙관하고 협상하려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북한은 일관되게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한 6자 회담(2003∼2009년),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2018년)과 하노이 회담(2019년) 등이 모두 아무런 소용 없이 끝났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됐나.
▲ 제네바 합의 이후인 2000년경에는 북한의 영변 외 다른 지역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6자 회담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중국에 북핵은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김정은 회동도 북한이 실질적인 검증(시료 채취.sampling)을 거부했기에 빈손으로 끝났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당연한 결과였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나.
▲ 그는 사업가 출신이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비핵화가 제대로 이뤄진 사례가 없었다. 지금까지 핵무기를 갖고 있다가 포기한 나라는 2개국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는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핵무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 작동은 소련군만이 할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운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어떤가.
▲ 이 나라는 완성한 핵무기를 몇 개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1989년 당시 데클레르크 대통령이 갑자기 핵무기 자진 폐기를 지시했다. 흑인에 대한 인권침해로 전반적인 국제 제재는 있었지만, 핵무기 관련 제재가 없었는데도 대통령이 이런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순수하게 평화를 위해 없앤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 그때는 누가 봐도 넬슨 만델라가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백인 정권은 다가올 흑인 주도 정부에 핵무기 통제권이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는데, 나는 이것이 핵 폐기를 결정한 이유로 본다.
-- 한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김정은과의 회동을 통해 군축에 합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즉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없애고, 더 이상 핵실험, 유도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 트럼프-시진핑의 베이징 만남에 북한 김정은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있다. 나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현재 단계에서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합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핵미사일은 그대로 두고, 미국에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만 없애자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이 그렇게 합의하면 한미동맹도 폐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일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시진핑도 김정은이 오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회담 성과가 북핵 이슈로 덮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의 전술핵 배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식의 핵 공유 방안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 핵 공유는 잘못된 개념이다. 미국은 나토 국가와 핵 공유를 하지 않는다. 미국이 전략 자산인 핵무기의 통제권을 다른 나라와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미국의 B61 전술핵 중력 폭탄이 배치돼 있다. 유사시 이들 나라의 폭격기가 적진에 전술핵을 투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술핵 투하에 대한 컨트롤은 미국이 한다. 미국은 권한입력코드장치(PAL, Permissive Action Link)로 핵무기를 통제하고 있다. 그러니 그 전술핵은 나토가 마음대로 투하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나토 입장에서는 핵무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나토식 핵 공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 핵무기 자체가 그곳에 있으면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토식 핵 공유가 모든 핵 문제를 없애주는 만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하나.
▲ 그렇다. 이는 전략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힘의 균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력이 생긴다. 전쟁이 없다고 해서 평화 상태인 것은 아니다. 적이 우리에게 전쟁을 일으킬 생각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 그러므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동북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는 필요하다. 우리 북쪽에는 핵보유국인 중국, 러시아, 북한이 있다. 남쪽에는 핵잠재력을 가진 일본이 있다. 이 틈에서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억지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 문제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 맞다. 분명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결단해야 한다. 난제가 많다. 먼저 기술적 장벽이 높다. 진정한 의미의 독자적 핵 프로그램을 갖추려면 단순히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거나 우라늄을 농축해 민감핵물질(SNM)을 확보하는 수준 이상이 필요하다. 전체 핵연료 주기(사이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숙달해야 한다. 핵무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핵탄두 설계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같은 우라늄 포신형이나,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 방식의 플루토늄 내폭형 무기를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련 기술 정보가 이미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중수소(tritium)와 중수소(deuterium)를 활용한 증폭 무기(boosted design)를 설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수소폭탄의 기본이 되는 '텔러-울람(Teller-Ulam)' 설계 방식 역시 대중에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2단계 핵폭발 장치(secondary device)의 구조를 제작하고 핵실험까지 성공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 핵무장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듯한데.
▲ 그렇다. 핵무장에 나선다고 해도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나는 30년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받을 가능성은 있다. 이것도 우리가 넘어가야 할 허들(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다. 치밀하게 관리하고 끈질기게 협상해 나간다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재받을 가능성만 앞세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한국에 핵무장을 허용하면 일본, 대만, 베트남, 폴란드,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핵무장을 원하는 모든 나라로 핵무기가 확산되므로 미국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
▲ 동의하지 않는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나라에 따라 다르다.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은 누군가가 불가능하다고 보고하면 "그거 해보기는 했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안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을 지킬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중국 견제가 가능하므로 주한미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 핵무장을 더 선호하는 것 아닌가.
▲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핵무장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싸운 적국이었다. 미국 군인들을 죽인 나라다. 이런 국가에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은 미국 군인을 죽인 적이 없다. 같이 피를 흘린 동맹국이다. 미국은 이런 역사적 진실을 절대 잊지 않는다.
-- 핵무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그들은 핵무장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핵무장에 나설 경우 따르는 불이익을 강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핵을 갖지 않는 것이 왜 우리에게 이익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현재 그들의 논리는 매우 약하다. 단순히 어렵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막연한 억측일 뿐이다. 반대론은 '할 수 없다'는 부정적 주장이고, 찬성론은 돌파구를 찾겠다는 긍정적 주장이다. 국민들은 어느 쪽의 주장에 더 끌리겠는가?
-- 본인은 한국인이 미국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 미국에 대한 감정적 호불호를 떠나 미국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핵무기가 무엇인지, 미국이 어떤 전략적 사고를 하는 나라인지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동맹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잔인한 국제 안보 현실에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인터뷰 3차 기사 끝)
[삶] "미국, 북한 공격 어렵다…수뇌부 제거하면 더 위험"(3월13일)
이란 다음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뇌부가 제거된 북한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그렇다.
이번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이란이 실질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란 측은 실제로 전쟁 직전 핵 협상장에서 60% 농축한 우라늄 460㎏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라늄 농축은 20%까지는 어렵지만 20%를 60%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60%를 90%로 끌어올리는 것은 더욱 쉽다. 9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연료다.
지난 1월 8일과 9일 이틀간 이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에서 3만6천명이 살해됐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이 수치는 좀 과장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전에도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인권 유린과 독재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대원들은 아주 잔인하다. 그들은 여성 시위자들을 성폭행한 뒤 죽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시신을 찾아가라고 하고는 돈을 지불해야 시신을 내줬다. 동성애자들을 지붕 위에서 밀어 죽이기도 했다. 병원을 폭파하기도 했다.
하메네이뿐 아니라 그 아들도 많은 돈을 해외에 은닉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스페인 등으로 빼돌렸다고 하는데, 이들 가족의 재산이 290조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삶] "미국 없으면 한국군은 북한군 상대 안된다…핵무기 때문에"(2026년 3월16일)
만약에 북한이 남한을 전면전 방식으로 공격해오면 한국은 미국 없이 독자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한국 군사력이 세계 5위라고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어리석다기보다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핵무기가 무엇인지, 전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현실 감각조차 없는 것이다.
미군이 1992년 필리핀에서 철수한 것은 이 나라 국민과 국회(상원)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입장에서 필리핀은 한국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그렇지만 필리핀이 요구하니 주저 없이 떠났다. 주한 미군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민이 떠나라고 하면 떠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상호(Mutual)'라는 단어가 있다. 미국은 한국 안보에 헌신하는 만큼 한국으로부터도 상응하는 기여를 기대한다. 일방적 의존보다는 진정한 동맹 의무를 다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
우리는 정책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동맹국인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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