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노시환 선수와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는데, 젊은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 부여가 됐다고 보나."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26일 잠실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KBO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노시환의 비FA 다년계약을 첫 질문으로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도중 노시환이 한화와 11년 총액 307억원 초대형 계약을 했을 때부터 이미 관련 질문을 수차례 받았을 터. 노시환은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한화의 간판 4번타자로 활약한 핵심 전력이다. 전력 평가 차원의 질문은 납득이 가지만, 감독에게 노시환의 계약을 두고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을까'라는 물음이 적절한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김 감독은 "노시환이 계약을 마치고 다음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봤다. 내가 볼 때는 노시환 선수가 그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젊은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정도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미 노시환 이야기는 정리된 상황. 그런데 한화 대표 선수로 참석한 채은성과 문현빈에게 질의응답이 이어질 때 또 노시환의 계약 관련 질문이 나왔다.
채은성에게 '노시환의 대박 계약을 가장 기뻐하셨다고 들었는데, 대접을 잘 받으셨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노시환이 대표 선수로 참석한 것도 아니고, 이날 시간을 내서 자리에 참석한 채은성이 주가 된 질문도 아니었다. 노시환의 계약이 비시즌 최대 이슈였던 것은 맞지만, 한정된 시간에 반복해서 물을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질문은 채은성이 이날 받은 유일한 단독 질문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채은성은 "계약 소식을 들었을 때 (노)시환이한테 연락해서 '이제 형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노)시환이는 다들 아시겠지만, 능력도 뛰어나고 그 정도 대우를 받아도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KBO리그에 또 남아 있는 좋은 선수들한테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거둔 팀이다. 올해 우승 도전을 위해 노시환과 초대형 계약에 성공한 동시에 강백호와 4년 100억원 FA 계약도 했다. 전력 보강과 우승 도전과 관련한 더 의미 있는 질문이 나올 수 있었지만, 한화에 '노시환 계약' 외에는 기억에 남는 질문이 없었다.
전반적인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기도 했다. 틀에 박힌 질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이해가 갔지만, 공통 질문 없이 천차만별 개별 질문을 이어 가다 보니 중구난방 답변이 이어졌다.
행사 마지막에는 대표 선수들에게 '우승 공약' 대신 '시즌 종료 공약'을 물었다. 우승하지 않아도 시즌을 마치고 모든 구단이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뜻이었다.
우승 공약은 '우승을 했으니 팬들에게 이런 보답을 하겠다'는 취지도 있고, 이래저래 축제 분위기 속에 기분 좋게 이행할 수 있다. 시즌 종료 공약은 10개 구단이 시즌만 마치면 모두 지켜야 하는 의무에 가깝다. 원래 10개 구단 선수단은 시즌을 마치면 성적과 무관하게 한 시즌을 응원한 팬들을 위해 팬페스티벌이나 각종 봉사 등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미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해오던 이벤트가 '공약'에 묶여 반강제성으로 변질됐다.
미디어데이 취지에 어긋나는 진행이기도 했다. 미디어데이는 공개 기자회견이다. 기자회견은 취재진의 질문에 참석자들이 응답하는 게 기본 형식이다. 최근에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팬 질문도 받는 방식이 늘고 있지만, 미디어의 질문이 주를 이루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미디어데이에는 미디어의 참여가 원천 봉쇄됐다. 시간 관계상 행사 진행을 맡은 방송사 측에서 미디어의 질문을 미리 취합해 대신 묻는 형식을 취할 때도 있지만, 이번 미디어데이에는 그런 양해도 없었다. 미디어 참석이 의미가 없는 미디어데이였다.
KBO는 미디어데이 방송이 끝나고 별도 공간에서 취재진이 대표 선수들과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할 자리를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예정된 방송 시간보다 20분 정도 지연돼 끝나는 바람에 지방 구단 선수들은 미리 예매해 뒀던 기차 시간에 쫓겨 급히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떠야 했다. 애초에 원래 미디어데이의 취지대로 예정된 행사 시간에 미디어의 질문을 받았다면, 서로 겪지 않아도 됐을 불편이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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