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오늘은 밥 먹을 자격 있죠?' 김범수가 직전 경기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는 피칭을 선보였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7-2로 앞선 8회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범수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동걸 투수코치에게 공을 건네받은 김범수는 연습 투구 때부터 집중했다.
직전 SSG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무너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김범수는 공격적으로 LG 타선과 승부를 펼쳤다.
잠실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KIA 팬들도 김범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힘을 보탰다. KIA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등판에 나선 김범수는 선두 타자 신민재와의 승부부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147km 직구를 낮은 코스에 꽂은 뒤 148km 직구를 몸쪽으로 찔러 넣으며 압박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결정구는 하이패스트볼이었다. 145km 직구를 포수 한준수가 요구한 몸쪽 높은 코스에 정확히 꽂아 넣으며 신민재를 삼진 처리했다.
첫 타자를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자신감을 찾은 김범수는 오스틴과의 승부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초구 커브가 볼이 됐지만 2구째 146km 직구로 오스틴의 배트를 힘으로 눌러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어 이영빈까지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직전 경기와 달리 당당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김범수에게 주장 나성범이 가장 먼저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반겼다. KIA 데뷔전에서 부진했던 김범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김범수는 직전 경기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범수는 "인천에서 승리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제가 잘 못 던져서 더 아쉬웠다"며 지난 등판을 돌아봤다.
이어 아나운서가 "오늘은 밥 먹을 자격이 있는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질문을 건네자 김범수는 웃으며 "밥 한 공기 먹고 자겠다. 감독님께서 믿음을 주셔서 꼭 보답하고 싶었다. 점수 차도 인천과 똑같이 5점 차여서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뒤에 좋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맡은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김범수의 이날 호투는 직전 SSG전 부진이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당시 선발 네일이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5-0 리드를 안긴 상황에서 7회 마운드에 오른 김범수는 기대와 달리 흔들렸다.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고명준, 최지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동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김범수는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불펜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며 경기는 급격히 뒤집혔다. 성영탁이 급히 등판했지만 추가 실점을 막지 못했고, 8회 전상현이 흐름을 끊었지만 9회 정해영이 흔들렸다. 결국 조상우의 끝내기 폭투까지 나오며 KIA는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5-0으로 앞서던 경기가 무너진 시작점이 바로 김범수의 7회였다. 20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좌완 필승 카드가 데뷔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무너진 장면은 뼈아팠다.
그래서 이날 LG전 8회를 깔끔하게 정리한 김범수의 삼자범퇴는 단순한 1이닝 이상의 의미였다. 무너졌던 첫 등판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다시 신뢰를 쌓아 올리는 의미 있는 반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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