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실바만 막으면 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진격의 에너지 GS칼텍스가 우승확률 57.9%를 확보했다.
GS칼텍스는 1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5-202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1로 제압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탓에 체력적 열세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경기 감각이 절정에 달한 '미친 선수'들의 텐션과 활약이 빛났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실바의 짐을 나눠 짊어진 권민지와 중앙을 지배한 최가은이 있었다.
이날 권민지는 14득점(1블로킹), 공격 점유율 21.38%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실바에게 쏠릴 수밖에 없던 도로공사의 수비 집중력을 분산시키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권민지는 경기 후 "작정하고 들어왔다"며 "FA 계약으로 팀과 함께하게 됐고, 챔프전이라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3세트 중 화제가 된 '권총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웃픈 비하인드를 전했다. 권민지는 득점 후 곧장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에게 권총을 쏘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동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미리 쓰러지는 제스처를 취해달라고 얘기가 된 건데 소통이 안 됐다. 제가 쐈는데 선수들이 받아주기는커녕 뒷걸음질을 치더라. 그게 더 마음의 상처였다(웃음). 라커룸에서 세리머니 커뮤니케이션을 다시 준비하겠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이영택 감독은 "플레이오프 때 세리머니를 준비했길래 '부끄러워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원정이든 어디든 더 오버스럽게 동작을 크게 해서 분위기를 주도하라'고 주문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감독의 특약처방 속 권민지는 최가은과 함께 코트 위 에너자이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중앙에서는 최가은의 활약이 돋보였다. 6득점 중 블로킹으로만 3점을 올리며 상대 주포 모마를 결정적인 순간마다 차단했다.
최가은은 "상대는 휴식기가 길어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거라 예상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감각은 우리가 위라는 자신감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자신을 스스로 '키플레이어'로 꼽았던 이유에 대해 "나 자신을 믿어야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시즌 초반 스타팅이 아니었기에, 지금 내가 주전으로 뛰는 이유를 증명해내고 싶었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세터 안혜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봄배구 특성상 실바에게 점유율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 미들을 활용해 수비 간격을 벌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계획된 준비로 안 아픈 곳이 없는 실바의 부담을 줄이며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두 선수는 실력 뿐만 아니라 팀의 분위기 메이킹을 책임지는 투 톱이다.
지친 선수들 사이에서 끊임 없는 파이팅을 불어넣은 무한 에너지 덕분에 GS칼텍스는 57.9%라는 우승 확률을 먼저 거머쥐었다.
권민지는 "우리 팀엔 소심한 선수들이 많다. 딱히 텐션 좋은 후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고, 최가은도 "우리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팀의 활력소 역할을 지속해야 함을 강조했다.
실바라는 강력한 '창' 뒤에 권민지와 최가은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방패'가 버티고 있는 GS칼텍스. 5년 만의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는 무한 에너지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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