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용 기자]변화가 없으면, 이 사태는 다시 발생한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끝난 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은 격분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총재 얘기까지 꺼냈다.
당시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확정할 수 있는 순간, 비디오 판독 오심 논란으로 소용돌이에 빠졌고 결국 현대캐피탈은 역전패를 했다. 공교롭게도 KOVO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단체다.
14-13에서 현대캐피탈 레오의 서브 아웃과, 그에 앞서 대한항공 마쏘의 블로킹 득점 때의 비디오 판독이 모두 대한항공에 유리한 판독이었다는 것이다. 합리적(?) 의심이라고 현대캐피탈은 주장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열린 3차전에서 3대0 셧아웃 승을 거뒀다. 2패 후 기사회생했다. 블랑 감독, 주축 선수인 허수봉과 레오 모두 "(오심에 대한) 분노가 경기력으로 연결됐다"며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블랑 감독의 말대로 배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이용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건 훌륭한 멘탈 관리로 볼 수 있다. 또 당시 상황이 그들에겐 백번 억울하고 화날 수 있다.
다만, 분명히 선은 넘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그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비난은 지나쳤다. 다른 종목이라면 재정위원회, 또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내용이었다. 레오 역시 마찬가지다. 2차전 후 자신의 SNS에 비슷한 맥락의 글을 올렸다.
만약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오심이었다고 한다면 그런 비난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규정이 공이 라인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인인데, 이걸 아웃이라고 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V-리그엔 그들만의 로컬룰이 있었다. 공이 최대로 눌렸을 때, 선에 닿았더라도 안쪽 라인이 근거 화면에 육안으로 보인다면 아웃이다. 그 기준에서 정말 100% 인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블랑 감독과 선수들도 "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게 왜 인인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들이 보기에는 인이라는 것이다. KOVO는 현대캐피탈의 재판독 및 결과 회신 요청에 대해 사후판독 및 소청심사위원회를 열었는데 14-13에서 레오의 서브를 다시 봤고 아웃이 맞았다고 판독했다.
그 규정이 정말 어이없다면, 애초에 지적을 해서 바꾸든, 이 리그에 속하지 않으면 됐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찌됐든 그 규정 속에 많은 연봉을 받고 일하는 감독과 선수다. 그 규정을 지키며 지난시즌 통합 우승까지 했던 현대캐피탈이다.
심지어 블랑 감독은 3차전에 앞서 "오늘 감독관은 정규리그 부산 원정 때 우리에게 불리한 판독을 했던 감독관이다.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두렵다"라는 필요 이상의 얘기까지 했다. 현대캐피탈과 마찬가지로 시즌을 위해 피땀 흘린 대한항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국 V-리그의 열악한 현실, 그리고 KOVO의 안일함이 낳은 사태다. 호크아이 등 정밀 판독 기구를 갖추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계 화면에 의존해야 하는데, 시비가 걸릴 게 뻔하니 로컬룰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로컬룰도 결국 주관 해석의 영역이다. 감독관에 따라 비슷한 장면에서 판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마지막엔 사람이 판정을 하기 때문이다.
2차전 마지막 두 번의 판독처럼, 이렇게 중요한 순간 연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로컬룰을 만들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KOVO는 다음 시즌부터 AI 기반 판독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블랑 감독이 3차전 후 "총재님과 발언이 불편했던 분들께 사과한다. 앞으로 감정에 의한 발언은 삼가겠다"고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오심 논란은 잊고 남은 일정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남은 챔피언결정전, 판정 논란 말고 정말 멋진 배구만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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