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0.50 이게 무슨 일이야…필승조 맞아? 사령탑 신뢰도 흔들린다 [SC포커스]

사진제공=KT 구단
사진제공=KT 구단
사진제공=KT 구단
Advertisement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보자마자 극찬했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에 날카로운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까지 겸비했다. "필승조로 손색없다. 5선발로도 고려하겠다"는 사령탑의 찬사가 쏟아졌다.

Advertisement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히 공 자체는 좋은 반면 뜻밖의 흔들림이 있다. "구위만 보면 맞을 공이 아닌데, 순간순간 선택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T 위즈 스기모토 이야기다. 스기모토는 11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 5-2로 앞선 8회 등판,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안타 2실점을 허용했다. 볼넷 하나 없이 잇따라 안타를 두들겨맞았다.

Advertisement

자칫 소형준의 시즌 첫승을 날려버릴 뻔했다. 이후 KT 벤치의 선택은 그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이강철 KT 감독은 8회 무사 1,2루 상황에 곧바로 마무리 박영현을 출격시켰다. 박영현은 양의지 카메론을 연속 삼진, 양석환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KT 타선이 8회말 1점을 추가했고, 박영현이 9회도 3자범퇴로 잘 막으면서 경기종료.

다행히 2이닝을 책임진 박영현의 투구수도 23개로 그리 많진 않았다. 양의지 3구삼진 등 빠른 승부를 택한 게 잘 통했다.

KT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Advertisement

KT는 현재 스기모토와 한승혁이 박영현 앞을 막는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다. 두 투수 모두 지난해 KT에는 없었던 150㎞ 이상의 직구 구위가 돋보이는 투수들이다.

한승혁은 팀을 옮긴 심리적 충격을 극복하고 수원 연착륙에 성공했다. 올시즌 8경기 7이닝을 소화하며 3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고 있다. 눈을 뜬 베테랑의 관록이 엿보인다.

Advertisement

하지만 스기모토의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10.50에 달한다. 개막시리즈에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지난 4일 삼성전서 2루타 포함 1실점, 그리고 두산전 0이닝 2실점 상황이 이어진 결과다. 올시즌 8경기에 등판했지만 6이닝 소화에 그쳤고, 홀드는 단 1개 뿐이다.

두산과의 이번 시리즈에서도 10일 경기에선 4-4로 맞선 상황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책임졌는데, 그 다음날 이렇게 난타당한 것. 사령탑 입장에선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필승조로 점찍은 스기모토의 이 같은 기복은 지난해의 악몽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KT는 원상현 손동현 김민수 이상동 등이 필승조로 출격했지만, 후반기 들어 부상과 체력 저하가 크게 불거졌다. 박영현이 67경기 69이닝의 과부하를 감당해야했고, 이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4.81의 부진, 그리고 가을야구 탈락으로 이어졌다.

사진제공=KT 구단

앞서 이강철 감독도 스기모토의 컨디션 관리에 고민 많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일단 구위는 기대한대로 올라왔다. 필승조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재확인하는 한편 "체력은 좋은데 묘하게 멀티이닝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독립리그를 3년 뛰었다곤 하지만 프로 무대는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좀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스기모토는 젊은 나이에 준수한 외모까지 지녔지만 뜻밖에 수줍음을 많이 타고 예민한 성격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동갑내기 손동현을 비롯한 KT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면서 비로소 마음을 열었던 그다. 스기모토가 이강철 감독의 믿음대로 박영현-한승혁과 더불어 KT 뒷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