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시간이 거꾸로 간다. 50대 때 4시간 53분,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 기록이 있다. 그러나 60세 때 축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친 후에는 기록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나이 '앞자리'가 바뀐 지 오래다.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70대에도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23년부터 10km 부문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올해에도 벌써 두 대회를 누볐다. '75세의 투혼'은 기록마저 춤추게 했다.
'샐러리맨의 신화'이자 HD현대 명예회장인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26일 열린 2026 서울하프마라톤 10km 부문에서 1시간 11분대에 완주했다. 최근 참가한 대회 중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이날 함께한 2만여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봄을 만끽했다. 건각들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10km 부문은 여의도공원, 하프 부문(21.0975km)은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까지 질주했다. 20대와 30대, '2030' 비율이 전체 참가자의 68.8%에 달했다. 권 총재는 그 속에서 'MZ 세대' 부럽지 않은 '왕성한 혈기'를 자랑했다.
해병대 장교로 군 복무한 그는 평소 달리기 외에도 수영, 암벽등반, 골프 등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다. 지난해에는 '평생의 꿈'이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캠프도 다녀왔다. 마라톤에는 1997년 입문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4개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했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잠시 마라톤을 접기도 했지만 이내 시계를 되돌렸다.
권 총재는 한국 프로축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울산 현대(현 울산 HD)의 대표로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이끌었다. 구단주로 변신한 후에는 2022~2024년, K리그1에서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문'을 열었다. 프로연맹도 13년째 지휘하고 있다. 2013년 프로연맹 총재로 취임한 그는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3선, 지난해 초에는 4선 고지를 밟았다.
그는 K리그를 이끌면서 1, 2부 승강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또 3년 연속 3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우상향 곡선을 계속 그리고 있다. 양적 성장도 이뤘다. K리그는 올해 29개팀 체제를 구축했다. 1부는 12개팀, 2부는 17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권 총재는 2026년 K리그의 목표를 '팬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리그'를 제시했다. 그의 4번째 임기에선 1, 2부 30개팀 체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권 총재는 "좋은 날씨에 서울 도심을 달리며 봄을 만끽할 수 있어 즐거웠다. 운동은 정직하다. 흘린 땀방울만큼 몸은 답해주며, 오늘도 그 성취감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며 "젊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며 행복을 느끼고, 달리기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 큰 가치를 느낀다. 앞으로도 꾸준한 몸 관리를 통해 계속 달리겠다"고 말한 후 활짝 미소지었다. 그는 몸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달릴 것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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