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침내 메이저리그를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의 극심한 슬럼프를 비웃듯 몰아치기를 시작한 이정후를 향해 이젠 현지 언론도 "그가 리드오프에 가장 적합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27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득점이라는 '미친 활약'을 펼쳤다.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 세 번째 4안타 경기였다. 2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도 리드오프로 나섰지만 아쉽게 4타수 1삼진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팀은 단 2개의 안타만 뽑아내며 0대7로 패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최근 7경기 성적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타율 4할8푼, 출루율 0.500, 장타율 0.760을 기록 중이다. 한때 바닥을 쳤던 시즌 타율은 어느새 3할1리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매체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이정후를 붙박이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는 올 시즌을 앞두고 7년 1억 8200만 달러(약 2684억 원)의 거액에 영입된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가 맡고 있다.
하지만 매체는 냉정했다. "이정후는 자이언츠가 6년 1억1300만(약 1677억원) 달러를 투자할 때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라며 최근 30타수 1안타로 부진한 "아다메스보다 이정후가 리드오프에 훨씬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다메스는 올 시즌 타율 2할2리로 고전 중이다. 장타력이 있는 아다메스를 중심 타선으로 옮기고, 안정적인 콘택트 능력을 갖춘 이정후를 1번에 배치하는 것이 팀 승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분석이다.
구단 내부 기류도 이정후의 리드오프 복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이정후가 1번 자리에서 누구보다 편안해 보인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3할 타자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올 시즌 전체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1번 타자로서 밥상을 차리고,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는 이정후의 존재는 '가성비'를 넘어 팀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바깥쪽 코스까지 정복하며 완벽한 'LEE드오프'로 돌아온 이정후. 1677억 원의 투자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그의 방망이가 메이저리그 성공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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