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FA를 앞둔 '출루 머신'. 순간 평정심을 잃었다.
시즌 초 부진 속 누적된 ABS 스트레스를 끝내 참지 못했다.
평소 활발한 모습으로 리드오프를 소화하던 LG 트윈스 홍창기가 폭발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에서 보여준 극대노한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덕아웃 분위기까지 싸늘해졌다.
하루 뒤 홍창기는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팀도 연패를 끊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건은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잠실 경기 1회말에 발생했다. 리그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홍창기였지만, 이날은 ABS의 높은 볼 판정에 평정심이 무너졌다.
1B1S에서 3구째 최원태의 141㎞ 커터가 높게 형성됐다. 하지만 ABS가 울렸다.
홍창기의 판단으로는 2B1S가 될 상황이 1B2S로 불리해졌다.
결국 5구째 같은 코스의 커터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분노가 폭발했다. 덕아웃으로 향하며 입을 가리지 않고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선명하게 포착됐다. 덕아웃 동료들 앞에서 배트를 강하게 내던지기 까지 했다. 팀의 리드오프이자 중심 선수가 경기 초반부터 보여준 격한 감정 표출은 현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홍창기의 분노는 하루 아침의 문제는 아니다. ABS 시스템 도입에 따른 구조적 스트레스 여파다.
1m89 장신의 홍창기는 무릎을 많이 굽힌 채 타격하는 스타일. 하지만 신장에 따라 존이 달라지는 ABS는 대기 자세를 고려하지 않는다. 타격 자세가 낮은 홍창기에게 존 상단에 걸치는 공은 시각적으로 명백한 '볼'이지만, 기계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그러다보니 확고했던 S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예비 FA 시즌이라는 압박감과 맞물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3연패 속 자칫 팀 분위기 저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홍창기 본인이 '빠른 사과'로 결자해지 했다.
13일 삼성전에서 5대 3 승리를 이끈 수훈 선수 박해민은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 말미에 "할 말이 있다"며 홍창기의 사과 바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해민은 "오늘 경기 전 창기가 어제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며 선수단 전체에 커피를 쐈다"며, "본인이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미안해하는 마음을 전했고, 그런 진심이 경기 전 분위기를 잘 만들어준 덕분에 오늘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감쌌다.
홍창기의 진심이 담긴 사과의 커피 한 잔.
차갑게 식을 뻔 했던 덕아웃을 다시 웃게 했고, 선수들은 똘똘 뭉쳐 원팀으로 뭉쳐 3연패를 끊고 2위에 복귀했다.
9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홍창기는 2타수1안타 1볼넷 3출루 경기로 승리에 이바지 했다.
억울한 느낌이 들어도 환경은 바꿀 수 없다. 적응의 대상일 뿐이다. 힘들지만 마인드컨트롤도 프로선수가 해야 할 일이다.
홍창기의 빠른 '커피사과'가 팀과 개인적 반등의 터닝포인트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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