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無출루' KIA 인정사정 없었다, 80억 증명만 손꼽아 기다렸는데…"트레이드도 아니고"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두산의 경기. 두산 박찬호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4.15/
Advertisement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트레이드로 우리 팀에 온 것도 아니고, 가치를 인정받아서 왔잖아요. 그러면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여유 있게 해야지."

Advertisement

김원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유격수 박찬호와 대화를 나눴다. 1번타자 박찬호를 처음으로 9번 타순에 적어넣은 뒤였다.

당연한 조치였다. 박찬호는 12일과 13일 KIA와 2경기 통틀어 7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치고 있었다. 1루를 단 한번도 밟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타석에서 물러났다.

Advertisement

박찬호는 사실 이번 광주 원정을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KIA는 박찬호가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해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다. 2019년 주전 유격수로 도약해 7년 동안 KIA의 탄탄한 내야를 구축했고, 부동의 1번타자로 KIA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였다.

박찬호는 지난 FA 시장 최대어였다. KIA는 물론이고 유격수 보강을 원하는 두산과 KT 위즈가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몸값이 껑충 뛰었다. 두산은 4년 80억원을 과감히 베팅했다. FA 유격수 역대 2위 대우였다. 역대 1위는 LG 트윈스 오지환의 6년 총액 124억원이다. KIA는 고심 끝에 금액을 더 올리지 못한 채 박찬호와 결별을 택했다.

Advertisement

언제 또 FA 최대어로 군림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 박찬호가 최고 대우를 약속한 두산으로 이적한 것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당연한 행보였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친정팀을 향한 애정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찬호는 이번 광주 원정에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박수를 받았다. 12일 시리즈 첫 경기에 맞춰 떡 1200세트를 구매해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KIA 선수단 및 임직원들에게 선물했다.

Advertisement

떡 포장지에는 '함께여서 행복했고 감사합니다'라고 박찬호의 진심을 적었다.

박찬호는 "프로 데뷔 후 12년 동안 KIA 팬들로부터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았다. 약소하지만,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기 위해 준비했다. 직접 나눠드리고 싶었지만, 여건상 어려웠는데 전달에 협조해 준 KIA 구단에도 감사드린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토록 너무도 진심이었던 탓에 박찬호는 그라운드에서 평소 실력의 반도 못 보여줬다. 타석에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옛정은 옛정이고, KIA 배터리는 타석에서 의욕이 앞서 있는 박찬호를 손쉽게 처리해 나갔다.

박찬호가 준비한 떡을 받는 KIA 타이거즈 팬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이적 후 처음 광주를 찾은 박찬호가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김 감독은 "자기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다 되면, 지금 (박)찬호가 4할을 치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싶다고 다 안 된다. 특히 힘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더 그렇다. 때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나는 팀을 안 떠나봐서 모르겠는데, 물론 운동 선수라면 친정을 만났을 때 무조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박찬호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김 감독은 또 "아까도 경기장에서 그랬다. 이번 3연전은 어쨌든 감정이 그런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이곳이 똑같은 공간처럼 느껴질 거라고. 이적하고 FA하고 처음 광주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많은 팬들도 보고 있고,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 보인다. 고향은 아니지만, 팀에 와서 오랫동안 정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찬호한테는 만감이 교차하는 시리즈인 것 같다"고 했다.

무조건 박찬호를 이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따끔한 한마디도 남겼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로 우리 팀에 온 것도 아니고, 가치를 인정받아서 오지 않았나. 그러면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여유 있게 해야 한다. 잘하려고, 더 잘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감정 조절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9번 타순으로 조정해 준 감독의 배려에도 박찬호는 좀처럼 부담을 덜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고, 팀도 KIA에 3대5로 역전패해 2연패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9회말 2사 1루 마지막 타석이 박찬호였는데, KIA 마무리투수 성영탁의 공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채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찬호의 헛스윙과 함께 KIA 팬들의 환호로 경기가 끝났다. 묘한 감정이 들었을 듯하다.

KIA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박찬호에게 11타수 무안타 치욕을 안겼다. 박찬호도 다음 광주 원정 때는 평정심을 찾고 돌아올 수 있을까.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두산 박찬호가 타석에 들어서며 KIA 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4.17/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