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빛의 그저, 빛> 한국 예능의 위상이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지금, 정빛 기자가 반드시 비추어 보아야 할 '예능 스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그까이꺼 대~충"을 외치던 남자는 사실 누구보다 정교한 설계자였다.
최근 웨이브 '베팅 온 팩트'에서 최종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장동민을 보며 대중은 다시 한번 확신한 분위기다. 지략가로 장동민의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이번 '베팅 온 팩트' 파이널 라운드는 장동민의 진가를 압축해 보여준 한 판이었다. 설득과 협상, 치열한 수 싸움이 뒤섞인 '캐스팅 보트' 게임에서 그는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계산이 어긋나 "머리에 지진이 난다"며 흔들리던 인간적인 찰나도 잠시, 장동민은 결국 상위권 플레이어들의 공세를 뚫고 정상을 지켜냈다. 여기에 우승 상금만큼이나 간절했던 '페이커' 검거까지 완수해낸 날 선 촉은 여전히 매서웠다.
사실 대중에게 각인된 장동민의 초상은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개그콘서트' 코너 '봉숭아 학당'의 경비 아저씨부터 '할매가 뿔났다'의 광기 어린 할머니까지, 장동민은 처절하게 망가지며 독한 웃음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러한 이미지에 '반전 드라마'가 쓰이기 시작한 건 2014년 '더 지니어스 3'였다. 당시만 해도 예능적 재미를 위한 '병풍'이나 '폭주 캐릭터' 정도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장동민은 보란 듯이 강력한 정치력과 암기력, 심리전으로 고학력자들을 무너뜨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시즌4 '왕중왕전'마저 제패한 장동민은 단숨에 두뇌 서바이벌의 새 역사를 썼다. 이후 '소사이어티 게임2', '피의 게임3', 그리고 최근 '베팅 온 팩트'까지. 장동민은 무려 다섯 편의 생존 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그 과정이다. 장동민은 매번 다른 룰과 다른 플레이어들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무너지지 않았다. 의대,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의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판을 흔들었다. 실제로 장동민의 압도적인 서바이벌 승률 때문에 지능 검사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크라임씬', '데스게임' 등 추리를 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장동민은 그저 지능과 머리가 좋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사람의 불안, 욕심, 거짓말 등 심리 흐름까지 읽어내는 데 능한 플레이어였다.
우리가 장동민의 우승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명을 지르며 망가지던 '독한 광대'와 철저한 '지능적 설계자'의 모습이 교차할 때 오는 짜릿한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여전히 '최우수산', '구해줘! 홈즈', '독박투어'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숙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승부의 세계에선 그 누구보다 서늘하고 완벽한 지략가로 돌변하는 장동민의 '이중생활'은 대중에게 늘 기분 좋은 배신감을 안긴다. 장동민이야말로 투박한 가면 뒤에 날카로운 칼을 숨긴, 진정한 '힘을 숨긴 고수'였다.
2026년, 이제 장동민은 플레이어를 넘어 '마스터'로서 새로운 장을 연다. '피의 게임' 현정완 PD와 손잡고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설계자로 나선 것. 그동안의 승전 기록과 노하우를 농축해, 출연자들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무자비하고 정교한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동민도 "게임의 세계에는 제작진은 결코 알 수 없는 틈새가 존재한다. 직접 이겨본 자만이 아는 그 사각지대를 채워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출연자도 시청자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 자신하는 장동민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형형하다.
최고의 플레이어에서 최고의 설계자로. 장동민이 그려낼 새로운 설계도는 어떤 모습일까. 한 번도 '대충' 살아남은 적 없는 남자, 장동민의 '다음 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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