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드려 죄송"…아이유, '대군부인' 잘해놓고 왜 울어? "구원형 여주" 새 장르 오픈[SC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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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300억 대작이라기엔 분명 아쉽다. 하지만 아이유는 남었다. 아이유가 '구원형 여주인공'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한 챕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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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16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자체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이름값에 비해선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송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한 최초의 드라마였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흥행 불패' 아이유와 '선재 업고 튀어'로 전성기를 연 변우석의 만남, 300억원이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대작, '궁' 이후 수십년 만에 돌아온 입헌군주제 설정 등 시청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는 분명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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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이유와 변우석의 캐릭터 서사를 처음부터 탄탄하게 뽑아주지 못한 대본과 연출 탓에 불필요한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처음에는 작위적이라며 인상을 썼던 시청자들까지 회차가 거듭될 수록 '이런 이야기를 미리 보여줬다면 배우의 연기가 더 이해됐을 것'이라며 성급했던 평가에 미안함을 표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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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이나 고증 부분은 '엉망'이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국가 세금을 사적 용도로 쓰며 민생을 어지럽히는 왕족이나 민정우 총리(노상현)가 사랑을 받는다거나 하는 부분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사사로운 수준이다.

방영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 주요연표에 제후국 용어인 홍서로 표현해 동북공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더니 성희주(아이유)가 대비 윤이랑(공승연)과 독대하는 장면에서 우리나라 방식이 아닌 중국식 다도 방법을 따르고, 대비가 석고 대죄를 할 때 대군 앞에서 소복을 입고 무릎을 꿇은 끝에 사흘간 유폐되고, 실존 인물인 문효 세자의 묘호를 북송 최대 암군의 묘호인 휘종으로 설정하고, 성휘주를 부부인이 아닌 군부인이라 칭하고, 제후국의 예법대로 즉위식을 묘사하고 '만세'가 아닌 '천세'를 부르는 등 갈수록 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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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작진은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방송과 VOD, OTT 서비스에서 '천세'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든 문제점에 대해 해명하진 못했다.

거듭된 논란 때문이었을까. 아이유는 작품 종영일인 16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개최한 미니 팬미팅에서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드린 건 전부 제 잘못이다. 책임져야 할 일이 많은데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컥했다. 구체적으로 작품명을 언급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논란이나 시기를 생각해봤을 때 '21세기 대군부인'에 대한 소회가 간접적으로 드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하지만 사실상 아이유가 없었다면 '21세기 대군부인'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유는 혹독한 비판 여론 속 방패막이가 됐다. 8주 연속 출연자 화제성 톱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파급력과 평소 쌓아온 성실하고 선한 이미지로 논란을 잠재웠다.

변우석과의 비주얼 케미도 좋았다. 캐슬뷰티 경영자로서 보여준 세련된 오피스룩부터 변우석과의 케미가 짙어질 수록 나온 러블리룩까지. 다채로운 패션을 소화하며 '눈호강'하는 맛을 심어줬다.

연기력은 흠잡을 곳 없었다. 재벌가 둘째 딸이지만 서출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성희주의 깊은 결핍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풀어낸 덕분에 '신분 타파'를 위해 계약 결혼을 강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정당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마지막 회에서의 '왕실 폐지'라는 극단적인 전개에도 설득력이 심어졌다.

특히 아이유는 자본력으로 이안을 압박하는 민정우에 맞서 자신이 직접 거액을 지원하며 전면전에 나서고, 민정우의 대군 시해 음모 녹취록을 직접 터뜨리며 판을 뒤집는 등 완벽한 주체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는 백마 탄 왕자님에게 기대는 신데렐라 캐릭터, 그에서 한단계 진화한 주체적 여주인공에서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준이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넘어 남자 주인공과 가문까지 구해낸 '구원자형 여주인공'으로 걸크러시를 폭발시킨 것이다.

분명 '21세기 대군부인'은 '웰메이드'라고 부르기엔 조금은 어렵고 혼란스러운 작품이다. 하지만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아이유라는 배우의 연기력과 흥행력은 오히려 더 빛났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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