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나는 그렇게 못 했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는 죽다 살아났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9-7로 앞서던 9회초 2사 상황서 마무리 이영하가 나승엽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연장에서 무너지면 4연패였다. 최악의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겼다. 연장 11회말 강승호의 극적 결승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강승호도 잘 했지만, 승리의 주역은 투수 양재훈이었다. 연장 2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워버렸다. 그것도 삼진 5개를 잡으면서 말이다. 150km 강속구를 마치 '칠 테면 쳐봐'라는 듯 무섭게 꽂아넣었다. 기로 롯데 타자들을 이겨버렸다. 그러니 두산도 다시 살아날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극적인 건 하루 만에 다른 투수가 됐다는 것이다. 사실 양재훈은 15일 롯데전에서 승부처인 7회 등판했지만 결정적 폭투를 저질러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2사 만루 위기 장두성 상대 2B2S 상황서 2구 연속 포크볼을 던지다 포크볼이 손에서 빠져버린 것. 장두성도 컨택트가 좋은 타자지만, 양재훈의 강력한 직구도 힘이 있기에 더 자신있는 승부를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는데 통한의 폭투가 되고 말았다.
보통 투수가 자기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고 생각이 들면, 위축되기 마련. 하지만 양재훈은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폭풍같은 삼진쇼로 반전을 만들었다.
17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두산 김원형 감독은 "김정우가 앞서 원아웃 만루 위기서 최소 실점을 해주고, 양재훈이 정말 잘 던져줬다. 16일 투구수가 많아 사실 쉬게 해주고 싶었는데,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며 "본인이 잘못해 경기가 그렇게 됐다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나 보더라. 선수들은 그런 경기를 하면 다음에 올라갈 때 겁을 낸다. 그런데 양재훈은 투지 넘치는 투구를 하더라.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더 조심하며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에이, 한 번 쳐봐라' 느낌으로 던지니 너무 좋았다. 근성이 있는 선수라는 걸 느꼈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양재훈도, 김정우도 이제 시작하는 선수들이다. 이렇게 경험을 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도망가는 것보다, 이렇게 싸워주는 모습이 너무 좋다. 그래야 발전한다. 정말로 칭찬해주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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