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 타임 레전드'의 인간화다. 배우 전지현(45)이 11년 만의 스크린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장르와 변신을 보여 다시금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좀비 액션 영화 '군체'(연상호 감독, 와우포인트·스마일게이트 제작)에서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생존자 그룹 리더 권세정을 연기한 전지현. 그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2015년 개봉한 '암살'(최동훈 감독)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소감부터 '군체'의 출연 과정까지 모두 털어놨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기존의 맹목적인 식인 좀비 감염자들과 달리 감염자들이 학습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진화된 좀비물로 지난 21일 개봉해 4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연이어 돌파하며 극장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날 전지현은 "11년새 영화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이 우루루 극장으로 달려가 보는데 요즘은 아니다. 지금은 손익분기점만 넘어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1000만 영화를 두 편 가지고 있음에도 요즘은 흥행 숫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르게 느껴진다. 1000만 영화의 숫자가 가진 의미는 다르겠지만 지금 관객이 '군체'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1000만 영화와 다르지 않다""고 웃었다.
연상호 감독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이유였다는 전지현은 "연상호 감독은 무조건 'GO!'라는 생각이었고 개인적으로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다. 연상호 감독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부분에서 의외성도 있고 같은 배우와 계속 작품을 이어간다는 지점도 컸다. 감독이지만 일단 사람으로서 인간미도 느꼈던 것 같다. 감독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 작품이 꽤 있었는데, 그러한 작품을 보면서 '나도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 작품도 있었다. 배우로서 욕심도 났고 궁금했다. 한국 영화계에 연상호 감독 같은 연출자가 필요하다. 배우에게도 정말 좋은 감독이기도 해서 꼭 '군체'에 참여하고 싶었다. 또한 '군체'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다. 그 때 호흡이 긴 시리즈물을 촬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살짝 지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군체'는 스토리가 긴박하게, 속도감 있게 흘러갔고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에 더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스크린 컴백도 특별했다. 전지현은 "팬데믹 이후 영화 환경이 달라졌고 제작 편수도 많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도 사라져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집중하게 됐던 것 같다. 특히 영화는 더욱 책임감이 든다. 배우로서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이 보고 싶은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이고 돈을 쓰며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쉽지 않지 않나? 그런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있다. 그래서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게 늘 있다. 물론 내 생각이 다 맞을 수 없겠지만 연상호 감독 작품을 봤을 때 그 지점을 충족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를 하니까 자주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관객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11년 만에 컴백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스스로도 지나간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고 답했다.
'군체' 속 권세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신도 확고했다. 전지현은 "사실 '군체'는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장르는 아니다. 권세정은 상황을 맞춰가고 서사에 녹여진 캐릭터라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다만 권세정은 영화의 중심이다. 관객이 권세정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고 권세정이 내린 여러 선택들을 보면서 같이 고민하고 이해하는 인물이다. 배우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진취적인 캐릭터로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밝혔다.
권세정이 보인 액션 수위에 대해서는 "권세정은 생명공학 교수다. 그런데 좀비를 만나 갑자기 액션을 잘한다는 게 설정상 말이 안 된다. 연상호 감독과 나도 같은 고민이 있었고 그래서 액션 수위를 맞추면 고민을 덜어내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액션 수위는 최대한 스스로 하려고 했고 그게 영화 속에서 잘 담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재난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미모에 대한 평가에도 "억울한 면이 좀 있다. 흰티에 청바지만 입고 나왔는데 '반사판'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다. 솔직히 예뻐보이고 싶어서 잔뜩 꾸미고 등장했다면 그런 반응에 찔렸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런 의도가 없었다. 이런 좀비 재난 상황에서 어떤 여배우가 예뻐보이려 욕심 내겠나? 그럼에도 예쁘게 봐주니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머쓱해했다.
'원조 액션퀸'이라는 수식어도 "아무래도 그런 수식어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연기를 무조건 잘해야 하고 남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된다고 여겼다. 나라는 배우의 시장의 영역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외 작품도 많이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액션이 주는 작품에 꽤 많은 도전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원조 액션퀸'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전지현에 대해 '한국의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극찬을 보낸 바, 이에 전지현 또한 "'한국의 샤를리즈 테론'이 될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예전에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벽이 높았고 개인적으로는 넘사(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K-콘텐츠가 세계에 내놔도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 됐다. 배우들이 몸 관리만 잘하면 해외 작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나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액션에 대한 의지도 크다. 몸을 안 써서 발전을 안 하는 것이지 몸은 쓸 수록 발전하고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액션은 자신있다"고 답했다.
최근 '군체' 무대인사와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등을 통해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전지현. 일부 팬들은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현실판이라는 이야기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 때 천송희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나라는 사람을 벗어날 수 없다. 내 안에 천송이적 모먼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무대인사를 가면 팬들이 전부 보인다. 요즘은 무대인사를 팬미팅처럼 하는데, 그런 문화가 처음에는 좀 더 놀라기도 했고 오히려 전보다 더 감동받은 모먼트도 상당하다. 한국 관객이 보이는 질서 정연함도 느꼈고 무엇보다 매너가 다들 너무 좋더라. 그래서 스케치북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써져 있으면 다 읽고 화답해주고 싶다. 얼마 전 무대인사에서는 한 관객이 내 앞에서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쿵 소리가 나서 너무 몰랐고 나도 모르게 걱정되는 마음에 몸이 먼저 나갔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지창욱의 일본 팬이더라.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조금 창피'라고 말하더라. 기억에 남는 무대인사가 됐다. 확실히 예전 무대인사와 달라진 점이 정말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지현은 데뷔 이래 주연작으로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소회도 특별했다. '군체'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초청돼 전 세계 씨네필을 사로잡았다. '군체'는 칸영화제에서 "좀비에게 새로운 신체적 문법을 도입했다" "잘 짜인 설정, 때로는 비디오게임 세계를 연상시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는 스릴의 향연, 대단한 장르적 쾌감" 등 호평을 얻었다.
칸영화제 주연작 초청은 처음이라는 전지현은 "배우라면, 영화인이라면 꿈 같은 무대이지 않나? 연상호 감독 덕분에 꿈을 이뤘는데 그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이번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 주연작으로 처음 갔다. 그동안 브랜드의 앰버서더나 해외 작품으로 두 차례 간 적이 있다. 확실히 정식으로 초대되어 가니까 그동안 내가 겪은 칸영화제는 칸영화제가 아니더라. 덕분에 배우로서 동기부여도 됐고 많이 느끼고 왔다. 앰버서더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걸었을 때는 우리만의 파티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이번에 공식으로 초청돼 레드카펫을 걸어보니 우리를 위한 레드카펫이더라. 그러다 보니 너무 재미있더라. 예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섰을 때는 영화제 관계자들이 빨리 올라가라고 하기 바빴는데 그래서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번엔 오롯하게 즐길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순간의 진심을 다했다.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1997년 데뷔 후 29년째 톱스타의 삶을 살고 있는 전지현. 올 타임 레전드 그 자체인 전지현은 자신의 이름 값에 대해 "모든 것은 꾸준함 속에서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고 결과적으로 내 삶이 배우 전지현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꾸준함을 지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사람 전지현이 잘 살아야 배우 전지현도 잘 살 수 있다고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물론 살면서 힘든 일도 있지만 매일 열심히 살려고 한다.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늘어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겠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생활하다 보니 너무 늘어지게 자거나 사고 싶은 걸 다 사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더라. 잠도 좀 덜 자고 사는 것도 좀 덜 사면서 작은 것부터 열심히 하려고 한다. 결국엔 그런 사소한 부분이 일로 일어지게 된다. 현장에서도 혼신을 다하고 말 나올 행동을 절대 안 하려고 하며, 혼신의 힘을 다 했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뒤에는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깔끔하게 헤어지게 되는 것 같다. 내 생활로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살다가 다시 다른 자리에서 만나면 결국은 더 좋은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게 이치더라"고 덧붙였다.
이러듯 완벽한 전지현도 참기 힘든 유혹이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지현은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당황하더라. 사실 내가 군것질을 좋아한다. 초콜렛을 정말 좋아하는데 참아야 하지만 늘 무너진다. 그게 너무 괴롭다.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다 이겨냈는데 초콜릿은 아직 못 이겼다"고 고백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군체'는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그리고 고수가 출연했고 '부산행' '반도' '얼굴'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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