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홈구장에서 훈련하는 게 이렇게 눈치 볼 일인가.
키움 히어로즈는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2대5로 패해 3연패에 빠졌다. KIA 대체 선발투수 김태형을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뺏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KIA 불펜을 상대로 안타 5개를 뺏긴 했지만, 경기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키움은 시즌 성적 20승1무29패를 기록,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빈공으로 인한 최하위 추락. 나머지 공부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배팅 케이지가 다시 설치됐고, 키움 선수들은 하나둘 배트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나왔다. 20~30분 정도 특타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특타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고척돔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서울시설공단에서 특타를 허락하지 않은 것. "사전에 예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련을 불허했다. '일주일 뒤쯤 선수들의 타격감이 떨어질 예정이니 특타를 위한 구장 사용 시간을 연장하겠다'고 사전 신청하라는 것인가. 황당한 일이다.
이날 경기는 오후 9시 21분에 종료됐다. 원정팀 KIA가 사용하는 3루 더그아웃에서는 취재진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경기 직후였는데, 인터뷰 진행 도중이었는데도 불을 꺼버렸다. 키움의 특타 중단을 위해 공단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현재 고척스카이돔은 일일 대관 신청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 달 전에 대관 신청서를 제출하는데, 경기 종료 시점을 알 수 없어 넉넉하게 오후 11시까지는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하고 있다. 6~7회쯤 공단에 경기 후 특타를 위한 경기장 사용을 요청했다. 공단에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기에 불가하다고 했지만, 경기가 일찍 끝나서 잠깐 진행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공단 관계자가 나와서 소등을 지시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키움 측은 어쨌든 오후 11시까지는 대관 신청이 돼 있기에 구단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공단은 단 20분의 훈련 요청도 허락하지 않았다. 융통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갑질로도 충분히 여길 수 있는 일이다.
공단 측은 '키움이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경기장을 추가로 사용하려 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척돔 외에 다른 야구장들 역시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지만, 각 구단이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척돔은 서울시 소유이고,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척돔에서는 구장 사용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경기장 내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이동 동선까지 간섭할 정도로 고척돔에서는 공단이 절대 갑이다.
고척돔을 제외한 어떤 구장에서도 경기 후 특타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조명을 꺼버리는 일은 없다.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물러나자 그제야 공단은 조명을 다시 켜고 그라운드 정비를 시작했다. 구단과 기싸움을 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장면이었다.
'안방' 그라운드에서 쫓겨난 키움 선수들 몇몇은 실내훈련장에서라도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배팅 케이지에서 치는 것과는 차이가 크겠지만, 공단에서 막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홈구장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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