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026년 KBO 리그는 사상 최단 기간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야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홈경기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야구장 안팎의 흥행 전선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다. 하지만 이 눈부신 축제의 이면에는 '에이스 부상 도미노'라는 잔인한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최근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선발 자원인 문동주(한화)가 어깨 통증으로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여기에 유영찬 역시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고 소형준은 아직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손주영(LG 트윈스)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연이어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광속구 에이스' 안우진은 복귀했지만 어깨, 물집 등 연이는 잔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철저한 투구 수 관리와 과학적인 휴식 시스템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젊은 투수들의 팔은 계속해서 고장 나는 것일까.
젊은 투수들의 연쇄 부상을 부르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구속 혁명 시대의 숙명'이 꼽히고 있다. 이제 KBO리그에서 시속 150㎞는 평범한 숫자가 되었으며,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져야만 리그를 지배하고 팬들의 박수를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속이 상승할수록 타자와의 대결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인체가 버텨야 하는 과부하는 임계점을 넘어선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90(약 145㎞)~93(약 150㎞)마일을 던지는 일반적인 투수들의 부상 확률(15.2%)에 비해, 96마일(약 154㎞) 이상을 뿜어내는 강속구 투수들의 부상 확률(27.7%)이 약 2배 가까이(1.82배)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 증명됐다.
만 25세 이하의 젊은 투수가 전년 대비 30이닝 이상을 더 소화할 경우 부상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는 '버두치 효과'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무대에서 소형준, 안우진, 김윤식, 이의리 등 리그의 보물 같은 영파워들이 이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투구는 본래 인체 구조상 매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다. 팔은 아래로 매달려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팔꿈치는 안으로 굽는 것이 정상인데, 피칭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강력한 회전력과 운동량을 부하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제구가 흔들리거나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이겨내려는 본능으로 과도하게 힘을 쓰면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도 있다.
현대 야구에서는 예전과 달리 투수를 소모품으로 보지 않고 철저하게 관리하지만 이같은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게다가 1군 엔트리에 남기 위해 부상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KIA 타이거즈 레전드 투수 윤석민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1군 엔트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린 선수들은 통증을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력 저하로 자리를 내주는 것보다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극도의 불안감 때문이다. 선수가 미세한 통증을 숨긴 채 마운드 위에서 전력 투구를 이어가면 벤치에서는 이를 사전에 감지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밀 검진의 한계도 있다. MRI를 촬영하더라도, 초기의 미세한 손상이나 부종 정도는 뚜렷한 확진 소견으로 나오지 않아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통증으로 간주하다 결국 더 큰 수술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운드 위에서 부상과 마주한 투수들의 결과는 선수마다 극명하게 갈린다. 20대 중반에 심각한 어깨 손상으로 수술 소견을 받고도 철저한 재활과 관리로 수술 없이 극복해 낸 철완들이 있는 반면, 조급하게 복귀를 서두르거나 통증을 참고 던지다 결국 선수 생명을 단축하고 쓸쓸하게 커리어를 마감한 잔혹사도 수없이 존재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1년이든 2년이든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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