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홍명보호가 부상 악령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렇다할 부상자 없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향해 순항하던 홍명보호가 개막을 열흘 남짓 앞두고 선수 한 명을 잃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일(이하 한국시각) 트리니다드토바고(5월31일)와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수비수 조유민(샤르자)이 이날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발바닥 족저근막 기시부 부분 파열로 전치 8주 진단을 받아 소집해제한다고 밝혔다.
조유민은 홍명보호의 사전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리백의 가운데 스위퍼로 선발 출전해 후반 9분 상대 선수의 공을 인터셉트한 후 오른발로 땅을 디디는 과정에서 발바닥을 다쳤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의 등에 업혀 경기장을 빠져나온 조유민은 곧바로 박진섭(저장)과 교체됐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5대0 승리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에 발목을 다친 공격수 배준호(스토크시티)의 부상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조유민의 경우 "검사 결과를 받아봐야 알 것 같다"며 우려섞인 표정을 지었다.
경기 하루 뒤 인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전치 8주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대표팀 코치진은 긴급 미팅을 통해 조유민이 본선에 출전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훈련파트너로 동행한 예비선수 조위제(전북)를 대체발탁해 최종 26명 명단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로써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꿈꾸던 조유민은 안타깝게도 먼저 귀국길에 오르는 상황을 맞이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역사를 돌아보면, 조유민과 같이 부상으로 월드컵의 꿈이 좌절된 비운의 스타가 꽤 있다. '부상만 당하지 말자'고 강조해도 한두 명씩 예기치 않게 시련을 겪는다.
조유민의 부상 낙마 사례는 포지션, 부상 시점, 상황 등 여러 면에서 16년 전 수비수 곽태휘의 사례와 유사하다. 곽태휘는 2010년 남아공대회를 앞둔 5월 30일 월드컵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점프 후 착지를 하다 왼 무릎을 다쳤다. 들것에 실려나간 곽태휘는 병원에서 4주 진단을 받고 눈물과 함께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은 예비엔트리(30명) 1차 탈락자였던 강민수를 대체발탁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강민수가 당시 A매치 30경기 이상 출전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 정도다. 조위제는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다. 4일 엘살바도르와의 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데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5월 18일 선발대 일원으로 사전 캠프에서 2주 가까이 고지대 적응 및 팀 훈련을 해와 실전을 소화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부상 악령은 한참 전부터 한국 축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홍 감독이 선수로 출전한 1994년 미국월드컵 땐 당시 주전 센터백이었던 강철이 출국 하루 전 연습경기에서 발목 부상 재발로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대회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오른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사령탑이던 차범근 감독이 황선홍을 최종엔트리에 포함했지만 기적과 같은 복귀는 없었다. 황선홍은 결국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귀국했다.
공격수 이동국은 2006년 독일대회 참가가 확실시됐으나, 대회를 약 두 달 앞둔 4월 K리그 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첫 월드컵의 꿈을 접어야 했다. 황선홍은 아픔을 딛고 2002년 한-일대회에서 4강 신화에 일조하며 커리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고, 이동국은 31세이던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을 경험했다.
측면 수비수 김진수(서울)는 '부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2014년 브라질대회와 2018년 러시아대회를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현 홍명보호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2018년 러시아대회를 앞두고 정강이뼈 골절상으로 첫 월드컵 출전을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현시점, 1996년생 동갑내기인 조유민의 심정을 잘 헤아릴 것 같은 선수는 김민재가 아닐까 싶다.
홍명보호는 4일 같은 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두번째 모의고사를 치른다. 내용,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가 부상자가 발생해선 안 된다. 본선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홍 감독도 평가전 준비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몇 번이고 이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트레이크시티(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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